<사설> PC통신사업자들의 저작물에 대한 책임한계

한 소프트웨어(SW)업체가 최근 PC통신 사업자들을 업무상 과실에 의한 프로그램법 위반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SW 불법복제에 대한 책임한계와 검찰의대응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보광미디어는 지난달 PC통신 서비스업체인 데이콤·나우콤·SDS 등이 운영하는 PC통신 공개자료실에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SW가 올려져 4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이들 사업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말 프로그램보호법에 통신망을 통한 프로그램 배포 및전송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되는 등 법규가 강화된데다 프로그램 불법복제에 대한 검찰의 단속의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PC통신사업자의 책임한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피고소자인 데이콤과 SDS는 자사 PC통신망에 기업포럼을 무상으로 개설해 주는 선에서 보광미디어와 합의를 보았으나 나우콤의 경우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검찰의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보광측은 무료로 쓸 수 있는 자료만 올려야 하는 공개자료실에 상용 프로그램이 올라간 것은 PC통신 사업자의 명백한 업무상 과실이므로 PC통신 서비스업체가 이용자들이 가져간 소프트웨어 손실액 전액을 보상해줘야 한다는입장이다.

그러나 나우콤은 보상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용자들이 무차별로 올리는 모든 정보를 온라인 서비스업체가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이용자들이 올리는 게시물에 대해 PC통신사업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PC통신업계의 현실논리에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들이 올리는 수많은 자료 및 데이터를 일일이 점검하기 어려운데다 그동안 지속돼온 관행이 사전 정지작업없이 갑자기불법으로 간주될 경우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PC통신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개자료실의 자료검색 요원을 별도로배치하고 상용 프로그램 및 공개 프로그램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게시물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PC통신 사업자를 통한 규제외에는 별도의 마땅한 통제방법이 없다. 현행 프로그램법에는 통신망을 통한 프로그램 복제 및 배포를 금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어 법리적으로는 명백한 불법임에 틀림없다.

컴퓨터·통신기술의 발전과 결합으로 저작물의 복제유포는 물론 조작 및변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기존 저작권 제도의 전면적인 손질이 당면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는 이미 연내에 인터넷 등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마련키로 한 바 있다. 국제저작권의 새로운 규범에 첨단 정보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국제저작권환경에 적극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PC통신사업자의 책임한계에 대한 명확한 세부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적 명시에도 불구하고 PC통신 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공개자료실에올라 오는 저작물을 괸리·통제하기에는 여러 여건이 미비한 게 사실이다. SW의 등록과 발매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상용 제품이 실시간적으로 파악될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도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선행조건중 하나이다.

PC통신 사업자의 법적 책임문제는 단순히 불법 복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란물 유통, 명예훼손 등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복제가 성행하지 못하도록 관련 저작환경을 정비하고 통제근거를 마련해 책임의 한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