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7월 1일 프레스센터에서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 「신정부의 정보통신정책방향」에 대한 강연회를 가졌다. 정부를 비롯한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 모임에서 배장관은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의 육성은 현재의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요건임을 강조했다.
배 장관은 또 정보통신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시켜 시장경제에 입각한 자유경쟁이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작고 강력한 정부를 지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있었던 배 장관의 강연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배순훈 정톤부장관 초청 강연
최근 우리 경제는 외환부족 사태로 촉발된 환율급등과 실업문제로 크나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일시적인 경기순환 국면 상의 문제라기보다 고비용, 저효율로 인한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수출증가 없는 수입감소만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해 기업도산과 대량 실업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투자감축과 투자 효율성의 지속적인 저하를 유발시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시장논리에 맞게 노력하기보다 정책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만 기울이고 있어 도덕적 가치판단에 혼란을 주기까지 합니다.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과 변화가 선행해야 합니다. 특히 시급한 문제로 외국인 투자유치와 수출확대,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실업대책,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한 시장원리에 기인한 도덕적 기준마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
정보화는 우리 경제에 누적된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전략수단입니다. 정보의 자유롭고 원활한 유통으로 요소, 생산, 유통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투자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90년대 불황기에도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정보화 투자확대를 통해 경제구조를 개혁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지난 97년 경제성장률 3.8%와 실업률 4.9%라는 사상 유례없는 저실업을 달성했으며 일본에 뒤졌던 세계 1위의 경쟁력도 회복했습니다. 지난 4월 발표된 미 상무부 정보기술 경제보고서는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가 향후 미국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보통신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 또한 지난 5년간 실질 경제성장의 4분의 1 이상을 담당했고 정보통신산업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체 GDP의 8%를 넘었습니다. 인력은 정보통신산업계에만 7백40만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1백3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입니다. 실업률은 지난 24년 동안 최저를, 인플레이션은 지난 30년 중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이같은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보통신산업은 21세기 정보사회를 이끌어갈 고도 성장산업입니다. 한국에서도 정보통신산업은 지난 5년간 다른 산업의 2∼3배인 평균 29.8%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향후 5년간도 연평균 13.9%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체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 96년 11.9%였습니다.
특히 수출은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향후에도 흑자규모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올해는 1백39억달러의 흑자규모를 기대하고 있으며 오는 2002년에는 3백40억달러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창업 활성화는 고용증가로 실업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합니다. 벤처기업 종사자는 97년 93만명에서 2002년 1백37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는 처음 자동차를 출시한 후 1백만대 생산판매를 달성하기까지 20년을 소모했습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킨 미 아마존 서점은 지난 96년 1천6백만달러 매출기록에 이어 97년엔 1억4천8백만달러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너무나 빠른 성장에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세계경제는 그렇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던 정보통신정책 장관회의에서 한국은 막차를 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미국은 전자상거래에 있어 무관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면 30% 이상의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전자상거래는 전세계적 기류가 될 것이며 모든 산업이 그리로 흘러갈 것입니다.
30%의 비용을 절감하는 자와 전자상거래 그 자체의 도입을 고민하는 자와의 차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경쟁 자체가 안되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막차라도 타야 할 만큼 우리는 절박합니다.
◇지식정보사회를 향한 정보화
정보투자는 고속도로와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독일사람들이 「고속도로는 많은 투자를 할수록 경제적」이라고 할 만큼 고속도로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차관을 얻어 고속도로를 건설했으나 목표를 위한 최적화 작업이 부족했습니다. 고속도로의 정확한 용도를 사전에 파악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건설작업에 착수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보고속도로 건설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기반시설을 갖추어야 하는가와 채산성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 최적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는 현재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자서명과 인증 등 기술개발 확대 및 표준화를 추진하며 전자서명법과 전자상거래 기본법 등 법, 제도적 기반도 정비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민간업체 중심의 전자상거래 실증사업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시범사업을 추진해 수요기반을 확충할 생각입니다.
사회문제 중 노동문제만큼 심각한 것이 없습니다. 노동시장의 정보화는 그만큼 절박한 부분입니다. 최근 들어 1년이면 4백만명 이상이 자리를 이동하고 교체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정보분석과 교환입니다. 정보통신부는 노동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구인, 구직정보시스템 등 인력 정보화와 함께 생산성 향상 및 임금비용을 절감시키는 공장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다양한 산업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할 것이며 이를 위해 노동부와 중소기업청, 경제인총연합회 등의 인력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인력정보 공유체제를 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영정보화에 필요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 설비자금을 장기 저리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98년의 경우 정보화촉진기금으로 4백50억원을, 산업기반기금으로 1백20억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또 누구나 편리하게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PC 이용 확산을 유도하고 있으며, 오는 2002년까지 전국 1백44개 통화권역에 초고속 기반전송망을 구축해 정보유통 기반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지난 97년 80개였던 통화권역이 98년에는 94개 지역으로 늘어납니다.
PC통신과 인터넷 등의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개인정보와 음란, 폭력물 등 불건전정보가 여과없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불법복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같은 문제점을 단순히 시장원리에 맡겨야 할지 규제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시장 메커니즘으로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실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규제의 최소화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정보통신산업의 육성 촉진
자유로운 경쟁체제는 시장경제원리의 핵심입니다. 이 점에서 정부의 규제는 완화돼야 하며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자유경쟁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 보호와 공정경쟁을 위해 일부 필요한 규제를 제외하고 모든 규제를 대폭 정비해 나갈 방침입니다. 현재 정보통신분야의 총 규제는 2백4건으로 정보통신 및 전파 방송분야에 규제가 많습니다. 전파의 경우 이용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민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하며 방송분야도 통합방송법의 개정에 맞춰 규제정비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시장개방 촉진을 통한 외국인 투자유치의 활성화는 현단계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외국인 투자환경을 대폭 개선해 정보통신산업분야에서 99년까지 42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국내 정보통신기기 제조업의 외국인 합작, 투자 유치를 위해 현지에 외국인 투자상담관을 배치하고 국내 유수 인력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분야의 외자도 유치할 계획입니다.
정보통신분야의 외국인 지분 참여비율도 높여 투자를 유도할 방침인데 올해 안에 유선 10%, 무선 33%인 동일인 지분한도를 폐지할 것입니다.
현재 유, 무선 33%인 외국인 지분한도는 99년까지 49%로 확대하고 외국인 대주주도 허용할 것입니다. 한국통신은 연내 경영개선 비전 제시 후 정부 보유주식의 매각과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추진하고 지분한도도 현재 동일인 3%, 외국인 20%에서 동일인 10%, 외국인 33%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정보통신은 수출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98년 3백70억달러 수출에 이어 2002년에는 7백2억달러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고속 모뎀, 평판디스플레이, 광디스크드라이브, 위성방송수신 세트톱박스, 인텔리전트TV 등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망 품목을 선정, 중점 육성하겠습니다.
지식집약적인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은 창의적인 고급 기술인력의 양성과 확보 여부에 달려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시책도 강화할 것입니다. 예산은 97년 5백94억원이던 것을 98년 9백억원으로 늘렸습니다.
벤처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기 위해 창업, 성장, 발달단계에 맞는 단계적인 지원시책을 추진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업계 등 중소 벤처기업의 마케팅 능력 제고를 위해 생존 경쟁력 없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과감히 지양할 방침입니다.
◇작고 강력한 정부 지향
현재 전세계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금융자본주의 성숙에 의해 국경없는 지구촌의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장 싼 가격에 가장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앞으로 정보통신부는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자유경쟁체제를 마련하여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지원책도 벤처기업 등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방식보다는 세제 개선과 기술금융회사 등 투자전문 산하기관을 통한 지원 등 간접적인 지원방식을 추진해 나갈 방침입니다.
정책결정에서는 대화를 통한 민주적인 방식을 지향하겠습니다. 불편한 사항이나 시정했으면 좋을 정책, 제언을 전자우편(shbae@MIC.mic.go.kr)으로 보내주십시오. 편지가 폭주하면 전담 부서를 운영해서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겠습니다. 정보통신부는 작고 강력한 정부이기를 희망합니다.
<정리=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