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B인증서 불인정 재검토해야

정부가 수입 전자, 전기제품에 대한 형식승인 시험과정에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산하 국제전기기기인증기관(IECEE)이 주관하고 있는 CB(Certification Body)인증을 돌연 인정하지 않아 관련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CB인증제도(CB스케임)란 회원국 간의 단일 품질인증제 실시를 통한 전자, 전기제품의 원활한 교류를 목적으로 실현된 전기용품의 국제품질 인증제도로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국가 등 34개 회원국의 43개 시험소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관련제품의 형식승인시 CB시험소의 리포트(성적서)와 승인서가 있을 경우 이를 인정, CB시험소에서 시험하지 않은 것만 시험하는 약식시험으로 대치해 왔던 것도 국제전기기기인증기관의 인증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시행령」 제5조(형식승인의 신청)와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운용에 관한 지침」 제20조(외국시험성적서의 확인)에 「CB시험소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에 대해서 지정 시험기관이 적합함을 확인하는 경우 시험성적서로 대체할 수 있다」고 명문화돼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립기술품질원이 CB인증서가 있더라도 모든 시험을 다시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은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물론 수입 전기용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시험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기용품의 안전사고는 곧 국민의 귀중한 생명 및 재산의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련법에 의해 시행해 온 CB인증을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중요한 방침을 바꾸면서도 사전에 공문조차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관련업계의 불만이 높다.

관련업체들은 이로 인해 종전보다 수적으로 늘어난 시험대상기기 및 관련부품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또 시간낭비와 함께 비용부담 증가를 초래,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게 하고 있다는 것은 관계법의 입법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품질인증 질서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할 것이다.

또 이같은 규제조치는 현재 국내 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활기를 띠고 있는 해외 품질인증 획득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자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국제품질 적합성 규격인 CB를 비롯해 유럽의 CE, 미주의 UL, 중국의 CCIB/CCEE 등 각국의 현지 안전규격 획득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정부가 CB인증을 외면할 경우 전자업계의 CB인증 획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부설 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국내 전기, 전자 업체들의 CB인증 획득 건수는 총 1백6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했는데 이는 전기, 전자업계의 수출시장 개척 노력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CB인증서는 국내 전기, 전자 업체들의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동남아, 동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지역에서 기본적인 품질승인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어 지금까지 미주 및 유럽 중심의 수출시장을 제3세계로 다변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규격인증에 따른 부담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일부 규격의 경우 일부 용역료를 제외한 시험료와 사후 관리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입법예고된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개정안의 기본적인 취지도 국제기준과의 조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CB인증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제화에 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 이같은 현상은 현재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리나라 CB시험소가 스스로 CB시험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모순을 야기시키게 되는 것으로 올 가을 열리는 CB총회에서도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술라운드(TR)의 부각에 따라 규격에 의한 무역규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 이에 대한 긍정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