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부터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고화질(HD)TV 방송이 시작됨으로써 본격적인 디지털TV 시대가 열렸다. 흑백TV에서 컬러TV로 전환했던 것보다 더 큰 역사적인 대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번 HDTV 방송개시에 따라 정보시대는 한 걸음 더 우리 앞으로 다가서는 한편, HDTV 수상기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군사·의료·탐사 등 관련산업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지난 15년 동안이나 국내 TV업계의 발목을 잡아온 컬러TV의 대미 덤핑규제가 풀려 한국산 TV의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HDTV 방송개시, 컬러TV 수출재개라는 대형 호재를 맞은 국내 가전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HDTV 방송개시는 지난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ABC·NBC·CBS 등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동작성한 야심작의 첫 신호탄이다. FCC와 방송사들은 11월 1일부터 주요 TV프로그램을 디지털로 방송하고 이어 2002년 5월 1일까지 미국 전역의 상업 방송사들은 완전 디지털로 방송을 내보내며 2006년에는 모든 방송을 디지털로 전면 교체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HDTV는 기존 아날로그를 대체하면서 오는 2012년까지 2백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HDTV 시장이 본격 형성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주파수 통일, 수상기 보급확대 및 의무재전송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주파수 문제는 PC 친화적인 순차주사 방식과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발전한 비월차주사 방식이 혼재해 있어 업계의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는 ABC·폭스·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순차주사 방식을, CBS와 방송장비 업체들이 비월차주사 방식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텔은 독자적인 통합주사 방안을 제시하고 나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비싼 수상기 가격도 HDTV 보급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1만 달러에 육박하는 HDTV 수상기 가격에다 6천 달러에 달하는 디코더 가격 부담은 시청자가 기존 아날로그를 버리고 디지털로 바꾸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업체 사이에 주요 아날로그 TV프로그램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케이블TV망을 통해 전송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의무재전송 규정도 업계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비록 이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긴 하지만 HDTV 방송이 본격화하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TV 방송개시와 때를 같이해 국내 TV업계의 대미 반덤핑 혐의가 풀려 수출확대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미국 법원으로부터 덤핑 무혐의 판결을 받은 데 이어 LG전자와 대우전자 또한 최근 덤핑규제 덜미에서 풀려났다. 지난 83년 미국 가전제조업체 노동조합(유니언)이 한국산 컬러TV를 반덤핑으로 제소한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체는 미국 컬러TV 시장은 물론 신개척지인 디지털TV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올해 세계 컬러TV 시장규모는 1억2천만대로 이 가운데 2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소요의 50% 이상은 29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으로 미국시장은 수출시장으로 그 전망이 매우 밝다.
그렇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이번 덤핑규제 해제로 미국의 규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제소 당사자인 유니언은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다시 칼을 빼들 수 있다. 내년 4월에 시작되는 제16차 연례재심에서 또다시 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는 소지를 현재로서는 전혀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적극적인 수출확대책을 펼치는 한편 업체 스스로 덤핑소지를 사전에 해소해 유니언의 재심청구에 철저히 대비하는 양면작전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방송개시와 컬러TV 미국 덤핑규제 해제라는 겹경사가 IMF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가는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