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88)

 군에서 제대한 나는 82년 봄, 입대 전에 다니던 컴퓨터회사인 동양컴퓨터기술산업사에 복귀했다. 새로 들어간 옛 회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3년의 세월이 흐른 후라고는 하지만 변화의 골은 깊었다.

 무엇보다 회사 대표였던 최영만 사장이 죽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새로 들어온 홍재민 사장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홍 사장은 그룹사 내의 식품회사 상무로 있다가 발탁이 되었는데, 컴퓨터를 식품으로 생각하는 인상마저 주었다. 물론, 전에 있던 최영만 사장이라고 해서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래도 들은 풍월이 있어서 곧잘 컴퓨터 용어를 쓰면서 기술개발에 신경을 썼다. 그런데 홍 사장은 기술 연구에 대해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외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조립해서 판매하는데 전력했다. 컴퓨터 조립 판매가 활성화된 시기는 아니었지만, 기술개발을 하면서 수익성 없는 투자를 하는 것보다 회사 수익은 컸기 때문에 소위 회장이라는 오너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그러니 내가 다시 들어간 동양컴퓨터의 기술실이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었다. 하는 일이란 컴퓨터를 조립해서 내보내는 일이었다.

 나의 후견인으로 있던 기술실장 허성규가 다른 회사로 떠나고 없었다. 그는 최영만 사장이 죽자 그 즉시 회사를 옮겼던 것이다. 최 사장의 죽음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장례식때 나는 참석했다. 그때 한쪽에서 숨어 눈물을 흘리던 여비서 김양희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는 전보다 살이 찌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최 사장의 죽음과 그녀의 눈물은 무엇인가 연관이 있었다. 들리는 말로는 최 사장은 사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하였다. 나는 지난날 최 사장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사장실 소파에서 벌였던 일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혈압이 높아 항상 숨을 헐떡이던 그의 건강상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최 사장은 여비서와 놀다가 복상사를 했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처음 회사에 출근했을 때 새로 들어와 있는 홍재민 사장에게 신고를 했다. 그때도 여비서 김양희는 사장실 문앞을 지키고 있었다. 나를 보자 그녀는 무척 반가워했다.

 『어머, 최영준 씨, 제대했어요?』

 『네, 그렇습니다. 오래간만입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군기가 들어 있어서 그녀에게 경례를 붙이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키득거리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