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IMF 이후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과학기술 연구개발(R&D)만큼 중요한 요소도 없다. 노동·자본 등 전통적 생산요소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의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바꾸는 핵심요소로서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가 지난 12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고 현재 정부예산의 3.7%에 해당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비를 내년에는 4% 수준으로 늘려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IMF체제 이후 각 기업과 연구소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연구개발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확대는 국가 기술개발은 물론 기업의 기술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국가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연구소의 연구개발을 촉진하려면 자금지원 등 「장밋빛 청사진」만으로는 미흡하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연구개발 지원계획만 해도 2002년까지 연구개발 예산을 정부예산의 5% 이상으로 늘리고 18개 부처가 신청한 2조8975억원 규모에 이르는 122개 연구개발 사업을 5등급으로 나눠 우선 순위에 따라 2000년도 예산편성에 반영하고 있어 그 내용 면에서 보면 특별히 지적할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연구개발 지원사업이란 「계획이 어떻게 짜여져 있는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동안 정부의 많은 사업이 그렇듯이 계획은 거창하나 실행에 제대로 옮겨지지 않아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끝나지 않도록 실행방안에 역점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 정부는 앞으로 형성될 새로운 산업사회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의 기반이 되는 기술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연구개발자금만 넉넉하게 지원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기대했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우선 현재 각 부처의 과학기술정책을 종합조정,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당초 추진키로 했던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 하부조직을 설치, 사업추진과정에서 예산이 낭비되지 않고 관리를 철저히 해 투자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봄직하다.
사실 국가의 연구개발지원에 있어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 및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2000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책정하면서 산업경쟁력 강화에 전체 예산의 45.7%에 해당하는 1조3780억원을 배정한 것은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각 기업과 연구소가 IMF 이후 구조조정을 하면서 최우선적으로 연구개발 분야의 투자를 축소하고 연구인력을 감축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 이러한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기업과 연구소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데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예산을 배정해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물론 국가의 국제경쟁력 원천기술로 정보통신과 환경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대한 재정적인 투자와 관리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2000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더욱 적극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용해 기업과 연구소의 연구개발 분위기 진작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연구개발 예산의 집행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자금배정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함은 물론 기업 및 연구소에서 필요한 연구개발비가 제때에 지원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기회를 놓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2000년 국가 연구개발 예산 사전조정 결과」에는 많은 기술개발 지원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겉만 멋있는 계획이 되지 않도록 재원조달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철저히 강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