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심텍이 주는 교훈

 최근 신문지상을 통해 공개된 심텍 자금운용 실패사건은 거품론이 채 걷히지 않은 벤처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벤처업계의 심각한 자금난과는 달리 공모를 통해 모은 자금을 사장 개인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운용했다는 것은 아무리 그럴싸한 변명이 있다 해도 도덕적 질책을 피할 수 없다. 투자자들로부터 공모한 자금은 공금이다. 단 한푼의 돈도 헛되이 쓰게 되면 엄중한 문책을 받아야 하는 기업 공금 운영에 어떻게 구멍이 뚫렸는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여기에 한때 정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벤처업계가 아직도 ‘알음알음’식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한 기업의 재무운영 실패로 가볍게 몰아버리기에는 벤처산업 전체에 던지는 충격파가 너무 크다.

 인쇄회로기판 전문업체인 심텍은 코스닥 등록기업으로 투자자문회사에 자금운용을 맡겼다가 35억원을 받지 못해 투자자문회사를 지난 6일 고소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에도 수익증권에 투자했다가 무려 347억원의 손해를 봤다. 결국 지난해 10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2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사업에만 주력했다면 우량기업으로 칭송받기에 충분한 기업이다. 그러나 ‘돈이 돈을 번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우량기업을 한순간에 불량기업으로 전락시켰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이 시점에서 벤처의 기본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벤처기업의 첫 징후는 공모자금의 사금고화다. 이미 여러차례 벤처금융사건이 이를 대변해 준다. 두번째가 영업수익이 아닌 금융수익으로 연명하는 기업이다. 셋째, 비관련사업에 투자해 얻어지는 캐피털 게인을 통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 그런 자금을 투자자문회사에 맡겨 캐피털 게인을 얻으려 한다면 투자자들은 차라리 자산운용사에 투자할 것이다. 리스크도 높으면서 전문사도 아닌 벤처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여유자금을 위험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해만 해도 코스닥 등록기업 중 L·M·J사 등이 40억원 이상의 유가증권 처분손실을 기록했다.

 벤처업계 한쪽에선 자금이 없어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또 한쪽에선 ‘헛돈질’로 이미지를 깍아가고 있다. 시급히 없어져야 할 벤처업계의 어두운 일면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