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오랫동안 '꿈의 에너지'로 불렸다.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산업과 발전, 모빌리티까지 활용 범위도 넓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저장과 운송이 어렵고 비용도 높다. 수소경제가 기대만큼 빠르게 확산되지 못한 이유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암모비아의 카렌 바트 대표는 수소가 아니라 '암모니아'에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담는 컨테이너”이라는 그의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수소를 가장 경제적으로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의미다.
실제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관심도 '수소 생산'에서 '수소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아무리 값싼 그린수소를 만들어도 소비지까지 경제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결국 에너지 전환의 승패는 생산기술뿐 아니라 물류와 공급망이 좌우한다.
한국은 이 변화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산업은 이미 암모니아 운반선과 암모니아 추진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대규모 암모니아 저장시설과 발전 인프라를 구축할 역량도 갖췄다. 여기에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 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들여와 전력과 산업에 활용하는 체계까지 마련한다면 한국은 단순한 에너지 수입국을 넘어 동북아 청정에너지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수입선 다변화와 항만·저장 인프라 확충, 안전기준 정비, 관련 산업 생태계 육성까지 함께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암모니아를 기존 화학 원료가 아닌 미래 에너지 자산으로 바라보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패권은 '누가 가장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누가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석유 시대에는 송유관과 유조선이 그 역할을 했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그 연결고리가 암모니아가 될지 모른다. 이제 한국도 '수소경제'라는 큰 그림을 넘어, 수소를 어떻게 연결하고 운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고민할 때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