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은 방송계는 착잡하기만 하다.
올 한해 방송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현안 중에서 제대로 해결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올해 마무리되지 못한 문제들은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혼란과 대립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방송계의 현안은 방송법 개정과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전송방식 테스트, 케이블TV방송국(SO)과 프로그램공급업자(PP)간 갈등 등 크게 세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들 세가지 현안 중에 제대로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막판에 핫 이슈로 등장한 방송법 개정은 이번 임시국회에 안건으로 오르긴 했지만 여야의 입장이 달라 내년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법 개정은 올 상반기만 해도 구체적인 논의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의 마케팅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방송사와 SO들이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현재 문광위에 상정돼 있는 방송법 개정안은 위성방송보다 지역방송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인 한나당과 자민련, 여당인 민주당이 방송위원 선임문제와 재송신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데다 민주당도 여론을 더 살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법 개정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내년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스카이라이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는 방송법이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승인받거나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개정될 경우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방송법 개정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또다른 화약고를 터뜨리는 꼴이 될 전망이다.
또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필드테스트 문제도 일단 테스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이 결과를 바라보는 정부와 MBC·시민단체들의 입장이 크게 달라 불씨는 내년에도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 디지털방송방식 현장비교시험 추진협의회는 최근 현장 비교시험 결과 , 고정수신 및 이동수신 부문에서 유럽의 DVB방식이 현재 정부가 채택한 미국의 ATSC방식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MBC의 비교시험 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 미국식 방식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에 따라 MBC와 시민단체 등은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둘러싼 지리한 공방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케이블TV업계는 PP등록제 시행과 SO와 PP간에 이뤄지던 단체계약이 각각의 SO와 PP가 계약을 맺는 개별계약으로 바뀌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PP 측에서는 아직도 단체계약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개별계약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PP들의 몸부림이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PP가 속출하는가 하면 업체간 인수합병이 본격화되는 등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