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신화 창조의 비밀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 지 벌써 7년 째다. 왠만한 게임이라면 이미 게이머들의 기억 저편으로 물러났거나 후속편이 2∼3종은 나와 화제가 바뀔 법도 한데 아직도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얘기한다.

최근 기자 주변에서는 뒤늦게 ‘스타’를 배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PC앞에서 전전긍긍하는 40대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 학생들도 어깨 너머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며 친구들과 실력을 겨루는 등 갈수록 저변이 확대돼 가고 있다. 아직도 ‘스타크래프트’가 우리 게임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임이용량에서도 ‘스타크래프트’는 여전히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뿐인가. ‘스타크래프트’는 한낱 아이들이나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만든 주인공이다. 또 게임을 당당한 산업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이며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준 주역이기도 하다.

더게임스가 창간 1주년을 맞아 다시 ‘스타크래프트’를 화두로 꺼낸 것도 스타크 성공신화를 되짚어 보며 우리 게임 시장을 현주소를 점검해보기 위해서다.

# 멈추지 않는 스타크 바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가 98년 내놓은 ‘스타크래프트’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약 350만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고일 뿐만 아니라 어떤 게임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98년 4월 국내 출시 이후 첫해에 12만장 정도의 팔려 나가더니 99년에 120만장, 2000년까지 180만장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현재에도 매월 3∼4만장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장르인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출시 됐을 때만 해도 게임계의 평가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다크 레인’이나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등 같은 장르 게임에 비해 선도적인 시스템이나 게임성이 눈에 띠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D 지형과 그에 따른 물리법칙을 RTS의 기본 요소로 도입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풀 3D 카메라 기법을 도입한 ‘미스’, RPG와 RTS의 장점을 결합해 새 장을 연 ‘워로드 배틀크라이’ 등과 비교할 때 ‘스타크래프트’가 도리어 기술적으로 뒤쳐진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크래프트’가 전대미문의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 두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 환상의 밸런스와 배틀넷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평가할 때 전문가들은 우선 조화와 밸런싱을 거론한다. 기존 RTS 게임들의 다양한 시스템과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묶어서 어색함 없이 소화해냈다는 것이다. 또 테란, 저그, 프로토스로 구성된 3개 종족 간의 밸런스도 어떤 RTS 게임 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기존 RTS 게임들이 지나치게 전략성에 치중한 것과 RPG의 장점인 유저의 컨트롤 여부를 결합한 것도 묘미로 꼽는다.

하지만 이런 게임성은 ‘스타크래프트’의 장점이긴 하지만 타 RTS 게임보다 특별한 우월성을 가지는 부분이라고 꼽기에는 왠지 부족함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기술적 혁신성을 보인 상당수 게임들이 있었음에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성과를 거둔 게임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바로 배틀넷이다. 배틀넷의 위대한 점은 책 하나를 써도 모자랄 지경이다. ‘디아블로’에서 처음 도입된 배틀넷 시스템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더욱 편리하게 강화됐다.

근거리 멀티플레이만 지원하거나 IP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과 비교할 때 ‘스타크래프트’의 배틀넷은 혁신에 가까웠다. 특별한 도구도 필요없었고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에서 단순 클릭만 하면 세계 유저들이 모여있는 배틀넷으로 연결됐다.

컴퓨터와 홀로 플레이하는 재미를 무시하긴 힘들지만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인공 지능이 아닌 실제 인간과 겨루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배틀넷 서비스는 특히 우리나라 유저들에게 주효했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IMF와 함께 국민PC가 저렴하게 판매된 데다 인터넷의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스타크래프트’는 컴퓨터와 함께 생활하는 N세대들의 놀이문화로 자리잡게 된다.

# ‘스타크래프트’가 남긴 것

‘스타크래프트’가 한국경제에 끼친 파급효과를 분석한 ‘스타크노믹스(김태홍 외, 소프트뱅크미디어 펴냄)’에 따르면 IMF 사태 이후 약 1조 1400억원 이상의 산업 확대 효과와 15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신업태인 PC방을 확산시켰으며 초고속 통신망 등 관련산업 확대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방송산업, 광고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잠재적 영향을 미쳤으며, 출판 산업이나 캐릭터 산업에도 새로운 아이템을 제공하며 그 영역을 넓혀왔다. 이 책을 출간한 2000년을 기준으로 이같은 성과가 추정됐다는 점에서 2005년 현 시점에서는 그 가치가 2∼3배 늘어났다고 봐야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이런 경제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게임 시장의 질적 변화도 불러왔다. 당시만해도 10만장이면 대박이라고 하던 환경에서 350만장이라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게임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을 입증해보였다. 이후 게임 시장에 대한 기관과 일반인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게임업체들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99년 당시 500여 개에 불과하던 PC방을 3만여개 수준으로 확대시킨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초고속 통신망을 갖춘 세계 최고수준의 PC방의 증가는 국민 정보화를 높이며 게임인구 확대를 증폭 시켰다. 동시에 컴퓨터 관련업계를 소생시켰으며 약 15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며 IMF 한파를 극복하는 수훈 역할을 수행했다. 이렇게 구축된 PC방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바람의 나라’ 등 MMORPG들이 PC방을 토대로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스타크래프트’의 공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밖에 ‘스타크래프트’는 게임테스터, 프로게이머 등 신종 직업군을 만들어냈고 게임대회를 주관하는 게임리그사와 게임관련 이벤트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음반, 게임 캐릭터로 확산되면서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 게임리그, 21세기프로게임협회가 발족되면서는 프로게임구단들이 e스포츠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내며 야구나 축구처럼 인기 마케팅 상품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디스이즈게임닷컴의 임상훈 사장은 “2000년까지만 해도 ‘스타크래프트’의 수명이 언제까지 갈지 논란이 많았으나 이제는 바둑이나 장기 같은 보편적 코드로 자리잡았다”며 “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은 하나의 게임이 단순한 놀이 수준을 벗어나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 문화로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