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보완 대책` 관리가 중요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벤처활성화 보완대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되는 점이 많다. 작년 말 발표한 벤처기업 확성화 대책이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중견 벤처기업 지원에 비중을 둔 것에 비해 이번 보완대책은 창업 초기 벤처 지원 강화와 벤처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고, 벤처캐피털 중심의 벤처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이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 경영환경 개선대책이 그동안 벤처업계가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온 내용들이어서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보완대책을 꼼꼼히 살펴보면 벤처 투자 부진으로 빚어지고 있는 벤처 자금난을 해소해 보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판단된다. 벤처캐피털에 경영 지배를 목적으로 한 투자를 허용하고 자본금 1000만원대의 소규모 유한회사가 투자조합을 결성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 것 등이 그런 대책의 범주로 볼 수 있다. 연내 국민연금에서 1500억원을 출자해 벤처투자조합 6개를 추가로 결성하게 하고 개발특허기술에 대한 정부의 융자지원액을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처방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새로운 성장동력에 목말라 있는 게 사실이다. 전자산업을 비롯한 기존 주력 산업의 경우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어 곧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정보기술(IT)·나노기술(NT)·바이오기술(BT) 등 신산업 분야의 창업 촉진에 나서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보완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면 벤처 창업 열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고,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업계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일자리도 크게 확충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회복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면 코스닥 시장 상승세가 지속되고 경기회복에 대한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기대심리가 다시 살아나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정부가 벤처 지원대책을 잇달아 내놓음으로써 업계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뺏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게 되면 국가자원 낭비는 물론이고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음을 이미 경험했다. 또 이번 보완대책으로 새로운 벤처기업이 탄생한 뒤 성공하지 못할 경우 ‘벤처 거품’이 재연될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무시한 채 자금 공급자인 벤처캐피털의 투자 분위기만 조성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창투사들의 출자제한을 풀어놓은 만큼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 사이에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고 부실기업을 인수해 차익을 남기려는 기업사냥꾼이 활개 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따라서 창투사와 유한회사가 투자 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풍토가 조성되려면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사람의 자격 요건을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의 규모가 영세해 단기적인 벤처투자가 벤처시장 붕괴의 한 원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창업 초기 단계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에 대해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고 업계의 다짐이 거창해도 몇 마리의 올챙이만 날뛴다면 물은 금방 흐려진다. 정부와 벤처업계는 제2의 벤처 붐이 제2의 벤처 거품을 낳는 일이 없도록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