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녹색생활역량지수`에서 우리나라 녹색생활역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4위를 기록했다. 하위권 수준이다. 그동안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해 관련 법 · 제도는 물론이고 기구 ·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국제사회에 알려온 정부의 노력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번에 발표한 지수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모두 평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의 순위가 솔직히 중 · 상위권 이상이었길 바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뗐다. 녹색사회로 가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녹색`이 국민 생활 저변에 깔린 삶의 질 향상이다. 1990년대 중반에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지금 우리가 활동하는 세상에서 물 ·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 녹색도 10년, 20년 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을 것으로 점쳐본다. 그때는 굳이 녹색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녹색사회가 돼 있을 것이고 비로소 진정한 녹색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책이건 제품이건 기술이건 온통 녹색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붙는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녹색사회정책, 녹색제품, 녹색기술…. 온통 녹색이다. 요즘 같아선 제품이름 앞에 녹색이나 그린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으면 안 팔릴 것 같다.
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소비자주도 녹색사회 포럼`에서 “(선진국이 되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는 녹색을 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이 녹색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 안전성과 기부 문화가 일반화돼 있고 개개인이 자신을 가치화하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녹색을 매개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국제적 컨설팅 업체인 머서 휴먼리서치컨설팅이 최근 실시한 `세계 삶의 질` 조사결과 스위스 취리히와 제네바가 1, 2위에 올랐고 캐나다 밴쿠버,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국 오클랜드가 3, 4, 5위를 차지했다. 정치 사회와 경제 환경 · 의료 보건 · 교육 · 공공서비스 · 레크리에이션 · 소비재 · 주택 · 자연환경을 기준으로 각국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한 결과다.
이들 상위 5개 도시의 공통점은 면적의 50% 이상이 자연이라는 점이다. 도시이지만 숲이 있고 공원 · 호수 · 나무가 많은 농촌 같은 도시다. 5도2촌(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이틀은 농촌에서 생활한다)이나 5촌2도 같은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기 보다는 미래에는 도시인지 농촌인지 모르는, 도시자체가 농촌 같은 개념의 미래도시가 돼야 한다.
유명한 관광지인 스위스의 체르마트 마을은 1970년대부터 전기자동차가 보급됐고 지금도 가스나 휘발유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기도 수력발전을 만들어 쓴다. 시속 40㎞의 속도를 내는 전기차는 현지 수요계층과 맞아 떨어져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전기차를 도입해 관광객들에게 대여해주는 제주도 우도도 전기차와 아기자기한 휴양지라는 수요충분 조건이 맞아떨어져 이뤄낸 예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고 추구하는, 첨단과 자연의 조화야 말로 진정한 녹색사회가 아닌지 싶다.
주문정 · 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