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구름잡는 얘기였다. 번듯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찾기 힘들었다. 시장이라고 해봐야 아직 초기 단계다. 클라우드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클라우드 인프라를 검토하는 기업조차 뚜렷한 전략과 비전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KT가 `제2의 아마존`을 꿈꾸고 있다면서, 심지어 아마존이 자신의 경쟁자라고 주장했다. 올초까지 KT의 클라우드 사업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잘 아는 사람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일축할 일이다.
KT가 그럴만한 사업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적어도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경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 전략이 이 시점에 나름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최근 몇 개월간 KT의 클라우드 사업 준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뚜렷한 전략과 비전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국내에서는 단연 앞서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KT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같은 저렴하면서 강력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KT는 이 일환으로 지난 5월 CEO 직속으로 클라우드추진본부를 신설하고 `클라우드데이터센터(CDC)` 구축에 나섰다. CDC는 KT가 제2의 아마존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무기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CDC에 꾸민다는 게 KT의 목표다.
◇`빅뱅`으로 클라우드 전용센터 구축=이를 위해 KT는 단기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CDC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새 데이터센터 공간에 클라우드 서비스용 시스템들을 완전히 구성, 소위 `빅뱅방식`으로 CDC를 구축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할 때 단계별로 조금씩 관련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발 테스트용 등 일부 서비스를 위해 한정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성하거나, 기존 IT인프라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컴퓨팅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KT의 행보는 다분히 공격적이다. 새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클라우드 환경으로 꾸민다는 측면에서 모험으로 비춰질 만도 하다.
KT는 향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차적으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한 다음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창 구축 중인 CDC에 KT그룹의 IT인프라를 순차적으로 옮겨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고, 동시에 오는 11월부터 아마존 EC2와 같은 `서비스로서 인프라스트럭처`(IaaS)를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KT는 기존 시스템 중 CDC에 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7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기술 발전 등 여건 개선이 이뤄질 경우 최대 90%까지 CDC로 통합한다는 내부 목표도 가지고 있다. 각 시스템마다 환경이 다르고, 사용년수도 차이가 많는 만큼 단기간에 처리하기는 힘들다고 판단, 2년 정도의 기간을 계획하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빌링시스템와 같은 대규모 업무시스템의 경우 내년 말 정도 이관할 계획이다.
이상훈 KT 기업고객부문 사장은 “자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KT그룹 자체의 IT인프라 규모가 국내에서 손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우위가 있다”며 “그룹의 시스템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행해 보고 1차적인 내부 검증을 거친 후 곧바로 퍼블릭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RP, 빌링 등 핵심시스템도 목천 이관 추진=KT는 목천에 위치한 유휴빌딩을 클라우드데이터센터(CDC)로 전환하고, 향후 KT그룹의 IT인프라를 이곳으로 이관, 통합할 예정이다.
업무 중요도와 시스템 사용연수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이관을 계획하고 있으며, 빌링시스템과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핵심 업무시스템까지도 CDC로 옮겨진다. 수천억 규모로 추진 중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도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목천 CDC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과 함께 KT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이다. KT는 클라우드의 서비스 영역인 서비스로서 인프라(IaaS), 서비스로서 플랫폼(PaaS),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 모두를 제공한다는 방침아래, 관련 영역의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가장 먼저 출시될 서비스는 IaaS다. 컴퓨팅 자원을 서비스해주는 아마존 EC2와 같은 서비스를 11월경 출시할 예정이며, SaaS 영역에서는 세일즈포스닷컴 · MS 등과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PaaS 영역에서는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개발 플랫폼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하지 않고 빌려쓸 수 있도록 DaaS 관련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관리 SW와 자동화 솔루션 등은 향후 SaaS 방식으로 일반 기업에 판매할 계획도 있다.
서정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 상무는 “KT그룹 내 다양한 서비스들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클라우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세계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골고루 갖춰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연말까지 서버 3000대 목천 CDC로 이관=현재 KT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서버 수는 약 1만8000대. 이중 KT가 1만4000대를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지는 약 9페타바이트(PB) 규모에 달한다. KT는 우선 올 연말까지 5년 이상 사용한 노후 시스템을 1차적으로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서비스와 개발용 시스템도 올해 이관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는 계열사 보유물량을 포함해 3000대 규모다. 이 3000대의 시스템이 CDC로 이관될 경우 300대의 신시스템으로 통합된다.
KT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발표한 개인용 스토리지 서비스인 `유클라우드`(ucloud)와 중소기업용 유클라우드 서비스인 `유클라우드 프로`(ucloud pro)의 경우 현재 KT 목동 IDC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올 연말경 목천 CDC로 통합할 계획이다.
KT는 그룹의 데이터센터이자 클라우드 인프라로 활용할 CDC를 구축하면서 저비용 · 고효율 인프라로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T는 CDC를 구축하면서 관련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도입하기 위해 표준 기술 규격에 호환성이 높은 순수 하드웨어시스템만 주문하고, 관련 SW와 관리 툴은 오픈소스 기반의 제품을 도입해 통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저가 고집적 서버로 인프라 구성=KT는 서버의 경우 동일 스펙으로 두 회사 제품의 서버로 모두 통일시켰다. 앞으로 HP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사인 콴타컴퓨터에서만 서버를 공급받는다. IBM, 썬 등에서도 테스트를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입 규모는 내년까지 1500여대이며, 향후 점차적으로 확대 도입될 예정이다.
서정식 상무는 “시스템 사양을 단일화하면 시스템 통합도 쉽고 공급업체에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이점이 크다”며 “특히 한 두대의 서버를 도입하면서 시스템 제공업체측에 원하는 디자인을 의뢰하긴 힘들지만 수천대의 서버를 주문할 경우에는 가능한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즉, KT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하드웨어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구매하면서도 주문 제작을 통해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서 상무의 설명이다.
KT가 이러한 저비용의 표준 시스템 구축을 지향하는 것은 고집적 서버 운영환경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하나의 캐비넷에 블레이드형으로 수많은 서버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기종이어야 집적도를 높일 수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KT는 CDC 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철저하게 분리시킨다는 방침이다. HW는 단일 제품으로 통일하고, SW는 HW와 상관없이 서비스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T는 상용SW가 아닌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SW를 개발 중이다. 단순히 CDC를 운영해 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SW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향후 관련 SW를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방식으로 제공할 계획도 있다. 현재 개발 중인 SW는 파일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관리 툴 등이다.
고연석 KT 클라우드추진본부 부장은 “KT가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한 기술 역량은 갖추고 있지만 기업의 데이터 처리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다”면서 “이에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파일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DBMS 역시 오프소스DB인 마이SQL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향후 외부 고객 서비스로도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DBMS는 오는 11월 베타 버전을 오픈하고,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KT 내부에 적용할 예정이다.
KT는 내년말까지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 구축에 총 1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중 300억원은 SW 개발 비용이다.
`집중분석! KT클라우드` 시리즈 목차
*시리즈 2~7번 기사는 CIO BIZ+ 온라인(www.ciobiz.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KT, `클라우드`로 제2 아마존을 꿈꾸다
②KT 목천 클라우드데이터센터는 어떤 곳
③“아마존 EC2 대비 가격경쟁력 자신있다”
④KT 클라우드 서비스 기대효과
⑤KT 클라우드 전략의 조력자들
⑥“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은 자동화”
⑦[인터뷰]서정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 상무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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