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무역흑자와 세계 수출 7위를 이끌어낸 1등공신은 바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전자산업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동반 침체 속에서도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수출과 무역수지에서 연달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7분기째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이처럼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선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기업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 두 기업은 연말을 앞두고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 아니라 조직개편과 인사로 숨돌릴 짬이 없다. 당장의 사업 성적표는 ‘A’를 받았지만 제대로 다시 짜서 뛰지 않으면 언제든 ‘F’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서다.
삼성, LG전자의 조직개편과 인사는 매번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변화의 화두를 던지곤 한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 두 기업의 조직·인적 개편에 담긴 속뜻을 ‘무한혁신’ ‘세대교체’ ‘신수종사업’ 등으로 압축해 새로운 경영코드로 제시하고 있다.
굳이 이런 단어적 접근을 하지 않더라도 두 거대기업의 행보에선 감춰질 수 없는 전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그린사업 확대’다.
인사에 앞서 조직개편부터 단행한 LG전자는 AC(Air-Conditioning)사업본부를 AE(Air-Conditioning & Energy Solution)사업본부로 개칭, 본부 명칭에 에너지를 명시했다. 4개로 줄어든 사업본부 중 하나에 그린솔루션사업을 집중시킨 것이다.
또 미래 그린 신사업을 확실히 키우기 위해 AE사업본부 아래 태양광사업을 맡는 솔라생산팀과 LED 조명을 담당하는 라이팅사업팀을 직속으로 둬 그린 관련 사업의 일관 추진체계를 갖췄다.
오너와 그 승계자가 직접 나서 새 판을 짜고 있는 삼성전자도 그린사업 비중과 역량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 컨트롤타워 책임자로 임명된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사업추진단장을 지내면서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헬스·로봇 등의 미래사업 전략을 짜고 조율해 온 주인공이다.
삼성그룹이 차세대 그린에너지기업으로 키우기로 한 삼성SDI의 CEO를 10년 동안 지내면서 브라운관·CRT 주력기업을 2차전지 중심의 세계적 그린에너지기업으로 변신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전통 전자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그린 분야에서 이미 시작됐고, 구체적인 사업 발걸음도 뗐다.
디바이스에서부터 융합 세트까지 풀라인업을 갖춘 경쟁력으로 해외기업을 줄줄이 물리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린사업에서도 세계적 선도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과 자금력을 갖췄다. 풍부한 자금력은 그린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기술 확보에 최대 무기가 될 수 있다.
위기가 무서워 떨고 주저앉으면 더 큰 위기에 빠진다. 위기를 뚫을 수 있다는 배짱과 정확한 방향만 갖고 뛴다면 그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통하는 문이 될 것이다.
그린사업 강화와 관련된 두 기업의 행보는 시대적 부름의 성격도 갖고 있다.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앞장서고, 거기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는 이들이 진짜 프런티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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