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 배출권거래 운영기관은…

지난 2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제법)`이 통과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를 관장할 배출권거래소에 관심이 다시 달아올랐다. 배출권거래소 지정을 둘러싼 공방은 몇 년 전에 시작됐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법의 국회 통과가 불분명해지자 공방이 잦아들었다가 이달 초 법이 통과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증권시장을 이을 새로운 금융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는 한국거래소와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매개체로 보는 전력거래소의 명분 싸움이다. 배출권거래 자체는 누가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증시를 운영하는 한국거래소나 전력을 거래하는 전력거래소 모두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기관 중 어느 쪽이 배출권거래소로 더 적합할까. 배출권거래 시장은 또 다른 금융시장으로 보기엔 규모가 작다. 유럽이나 미국은 배출권거래소가 소규모로 운영 중이거나 거래량이 없어 문을 닫은 곳도 있다.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 사업장이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할 무렵에나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증시처럼 매일 개장할 수 없는 이유다. 금융이 배출권거래 시장에 개입하면 투기성 자본이 몰리고 배출권 가격 안정성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배출권거래제는 원래 목적이 탄소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과 효율화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탄소 배출을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배출권거래는 70% 이상이 전력 분야에서 이뤄진다. 많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 사업장(산업계)이 안심하고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소는 생각만큼 큰 규모가 아니다. 해외 최대 거래소가 30명 안팎이고 보통은 6∼7명 정도다. 배출권거래소가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안착하기까지는 금융 개념보다 산업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