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넥슨, 미다스의 손에 만족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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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이 지난 8일 단독 보도한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기사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게임 업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회사 가치를 합치면 블리자드에 필적한다. 세계 게임 업계 지각 변동을 일으킬 연합군이 탄생한 셈이다.

언론은 넥슨에 `미다스의 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2004년 위젯을 시작으로 2008년 네오플, 2010년 엔도어즈와 게임하이, 올해 2월 JCE까지 알짜 개발사를 인수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었다.

넥슨은 `잘 나가는` 게임을 사서 `대박`으로 키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넥슨이 손을 대자 메이플스토리는 8년 만에 월 매출이 10배로 늘었다. 던전앤파이터로 벌어들이는 돈도 4년 동안 6배 가까이 뛰었다. 넥슨 만큼 인수합병 승률이 좋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다스의 손`이라는 호평이 아깝지 않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에 오르려고 8045억원이라는 거금을 썼다. 창사 이래 모든 인수합병 금액을 더한 돈보다 많다. 엔씨소프트 인수가 어떤 성과를 낼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넥슨의 노하우를 감안하면 전망이 밝다.

엔씨소프트는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 개발력과 네트워크 운영 능력을 가졌다. 넥슨은 해외 사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업이다.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넘어야 할 산은 높지만 최고의 등반가 2명이 만났으니 정상 정복이 머지않았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다스의 손에 그칠 수 있는 넥슨의 미래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다스 왕은 손이 닿는 모든 걸 황금으로 만드는 능력을 디오니소스 신에게 받았다. 미다스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손에 든 음식조차 황금으로 변하자 미다스는 굶주림에 허덕였다. 급기야 엉겁결에 안은 자신의 딸까지 황금 동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자신의 능력을 없애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자 디오니소스는 파크톨로스 강에서 미다스를 씻겨 원래대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넥슨은 이제 단순히 1위 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존재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외국 경쟁사와 정정당당히 겨뤄야 한다. 아울러 한국 게임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풀뿌리 개발사와 인력 양성에도 더욱 적극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직도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차갑다. 넥슨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익 추구에만 집착한다면 미다스가 가슴 저리게 느낀 후회를 겪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후회가 넥슨 하나로 끝나지 않고 게임 업계 전체를 퇴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