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00일]5년전 상황 재연 우려

“5년전 처럼 몇몇 인수위원이 밥 숟가락 놓듯 정부 조직 개편안을 짜는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처 한 관계자는 최근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는 대선판을 보면서 우려감을 드러냈다. 투표를 100일 남겨놨지만 미래 정책 논의가 실종, 17대 대통령 선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전 이명박 후보 측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인수위원회에서 부랴부랴 정부 조직 개편안 등을 마련했다. 공론의 장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정부 구상과 정책이 수립됐다. 작은 정부라는 명분아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급작스럽게 해체했다. 결국 스마트 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명박 정부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대선판이 현재처럼 흘러가면 상황 재연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 실천과 비전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염두에 둔 듯 여야는 과학기술 전담부처 설립과 IT독임부처 부활 등을 천명했다. 그러나 각계 여론에 밀려 약속은 했지만 구체적인 노력은 없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등은 아직 계획조차 없다. 현재 중요한 것은 부처 부활이라는 슬로건이 아니라 미래 비전을 먼저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내놓고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도 현실적 정책이라기 보다는 표심잡기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내용도 구체성과 현실성이 결여되고 이념 논쟁만 유발,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후보 경선이 한창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각 후보 공약에서 미래비전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을 두고 후보간 정쟁만 있을 뿐 기업 생태계 조성 등 미래 전략 논의는 실종됐다.

서울 소재 대학 한 교수는 “유권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슈가 될 수도 있지만 국가 디지털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장 표 얻기에 매몰,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부처는 `살아남기`와 `미루기`= 정치권이 포퓰리즘 표심얻기에 치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부처들은 외부 용역 등을 통해 차기 정부 조직 개편이 자기 부처에 유리하게 그려지도록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유력 후보 캠프 인맥을 동원해 차기 정부 인수위에 참여, 자기 부처에 유리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도 부처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처 개편 논의가 국가 미래를 위한 논리라기 보다는 부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부처의 복지부동도 포착된다. 중요한 핵심사업이나 현안은 차기 정부에서 발표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정권 말에 발표하면 힘을 못받고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책 발표를 최대한 미루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각 부처 업무협조가 정부 출범초기와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기 정권 때 생색내면서 발표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부처 비협조에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선거시즌에 본격 돌입하면 미래 비전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선거시즌에는 정치 이슈가 더욱 불거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금부터 미래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