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원자력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라고?"](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1/24/384212_20130124153250_492_0001.jpg)
과학기술로 미래 성장동력을 삼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을 바탕으로 새 정부 중심에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로 분리된출연연구기관을 한 곳으로 모아 기초·원천·장기·거대 R&D를 일관된 원칙과 정책으로 추진하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장하던 ICT 업무도 가져와 미래창조를 위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면서 ICT 업무는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 규제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시키고, 진흥 업무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던 ICT 업무와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의 전담 차관에게 이전한다. 반면에 원자력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규제 업무와 원자력 진흥 업무가 겹치는 이유 때문에 기존에 교육과학기술부가 하던 원자력 진흥 업무를 다른 부처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과학기술 행정조직에서 맡아온 원자력 진흥 업무를 이관하려는 것은 철학적인 근거가 결여됐을 뿐 아니라, 가장 비중이 큰 원자력이 빠진다면 기초·원천·거대 R&D를 한 곳에 모으겠다는 논리도 무너진다. 철학도 논리도 모두 무너진다면, 새롭게 출발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가 밝지 못할 것이다.
원자력 진흥 업무의 과학기술 부처 외 이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IAEA 원자력 안전 협약`을 그 이유로 든다.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왔으니 원자력 진흥 업무와는 `한 지붕 아래`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IAEA 원자력 안전 협약의 적용 대상인 `원자력 시설`은 `발전용 원자로와 관련 시설`로 그 범위를 한정했다. 발전용 원자로 즉 원전의 경우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봤듯 이윤을 위해 또는 이용을 위해 안전을 희생할 우려가 있으며, 유사시 그 피해 범위와 정도가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적 안전 협약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심이 돼 수행해온 원자력 R&D를 미래창조과학부가 이어받아 수행한다고 해서 원자력 안전 협약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다. 원자력 R&D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과 물질 구조 연구부터 가속기,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한 방사선 의학 연구, 각 대학이 수행하는 바이오 연구 등을 망라한다. 명백하게 과학기술 영역인 이 같은 연구들을 미래창조과학부가 아니라면 어느 정부 부처가 관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다른 걱정은 기초원천 연구와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서로 다른 두 분야가 원자력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을 때 나타날 부작용이다.
기초원천 연구를 담당하는 과학자들과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기술인들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 지금의 원자력 이용 모범국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장벽을 허물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심히 우려스럽다.
지금이라도 단추를 다시 끼우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소관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다. 규제와 진흥을 한 부처에서 두는 것이 맞지 않는다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다른 부처 산하로 보내면 된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 정부의 으뜸 철학이 진정 과학기술을 통한 미래 창조라면 판단과 선택의 첫 번째 준거는 규제가 아니라 과학이어야 한다.
김종경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