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준비 없는 창업

“고등학교 3학년 때 창업했습니다. 그리고 실패했죠. 실패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좋은 경험으로 남기려 합니다. 하지만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 건 진짜 힘듭니다. 창업 실패로 죄인이 됐으니 앞으로 몇 년은 더 죄인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고등학생 창업자라고 밝힌 A군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실패 자체보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에서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호소였다. 자신 같은 청소년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잡고 A군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걱정한 그대로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웹 개발을 해온 A군은 지난해 창업했다.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있던 것이 아니라 외주가 목적이었다. 아버지에게 알리지 못했다. 어머니만 창업 사실을 알았다. 사무실이 필요해지자 어머니를 통해 사금융을 이용했다. 외주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무실 유지비도 벅찼다. 결국 아버지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창업은 끝이 났다. 사무실을 얻은 지 한 달, 사업자등록을 낸 지 일주일 만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의 일이었다.

A군은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은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잘못을 해도 청소년보호법으로 보호를 받는데 창업을 하니 `청소년`이란 사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단지 `공부하기 싫어 객기 부린 철부지` 취급하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스타트업 열풍 속에 기업가 정신을 말하고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그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하지만 얼핏 대책 없이 창업 권하는 사회란 생각도 든다. 창업은 해볼 만한 도전이지만 외롭고 힘든 도전이기도 하다. 명확한 목표와 비전, 어려움을 함께할 동료 없이 성공은 힘들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창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후유증이 생각보다 큰 것이 현실이다.

주변을 설득하고 응원 받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지금의 창업 열풍은 준비된 창업자에게는 순풍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역풍일 수 있다. A군의 메시지는 이랬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가 부족하다 싶으면 창업을 서두르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