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CJ그룹은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와 비자금 해외 반출, 역외 탈세와 같은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이수영 OCI 회장을 비롯한 일부 재벌 총수와 그 일가는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 탈세 의심을 받는다. 검찰의 또다른 대기업 내사 소문까지 겹쳐 재계가 뒤숭숭하다. 이 의혹들이 사실이면 해당 기업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차명계좌나 역외 탈세는 의도성이 짙은 행위다.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어져야 한다.
각종 의혹에 재계 전체가 비리집단으로 여겨질 판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의의 기업까지 쓰나미처럼 매도될까 걱정된다. 특히 `경제민주화`에 엉뚱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재벌 비리 척결과 경제 민주화는 국민 감정으로 충분히 연결되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재벌비리는 정경 유착의 산물이다. 죄의식도 적다. 모든 것이 투명한 민주 사회가 됐는데 일부 남았다. 이런 게 수시로 불거지는 게 각종 재벌 비리다. 검찰, 국세청과 같은 권력기관이 제 역할만 해도 이를 상당수 없앨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역외 탈세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 역할도 한마디로 압축하면 제대로 세금을 걷는 쓰는 일이다. 탈세 행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사전이 알지도 못한, 구멍난 정부 시스템이다.
경제민주화는 힘있는 경제주체가 힘없는 경제주체를 억압하는 구조를 바꾸자는 슬로건이다. 최근 불거진 `갑의 횡포`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이 또한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만 해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 이게 안 되니 `을의 반란`이 나오지 않는가. 재벌 비리와 갑의 횡포는 달리 접근할 문제인데 하나로 뭉쳐놓으니 엉뚱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재계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재계는 무리한 검찰 수사와 경제민주화법으로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기업더러 투자를 늘리라면서 웬 수사냐` 되묻는 이도 있다.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그 진의는 사라지고 `경제 어려우니 비리도 그냥 덮고가자`는 식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재계는 다른 것은 몰라도 탈세와 같은 비리만큼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민주화법의 숱한 문제점에 대한 재계 지적도 건전한 비판이 아닌 꼼수로 오해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