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케팅의 미래]<12·끝>콘텐츠 산업의 성장판을 자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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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 culturemkt@culturemkt.com

가수 싸이의 열풍이 세계를 강타했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은 과연 성장했을까. 심리적으로는 한껏 고양된 분위기였지만 여러 지표 속 숫자들은 웃지 않았다. 2010년 우리나라의 세계 서비스 시장 점유율 순위는 15위 정도라고 한다. 2010년 기준이긴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서비스 시장에서 문화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문화 마케팅의 미래]<12·끝>콘텐츠 산업의 성장판을 자극하라

`강남스타일`과 `피에타` 효과가 반영된다면 수치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다.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다. 올해 또 다른 `강남스타일`과 `피에타`가 나오지 않는다면 금세 제자리를 찾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발성 기획이 성공을 거두면 그곳으로 모두가 우르르 달려가는 형태가 반복된다면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한 인프라 조성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전쟁 중이고, 무기는 굴뚝 없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전쟁이 조용히 진행되는 탓에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이 전쟁에서는 콘텐츠 강국이 더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문화 콘텐츠산업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절반 이상 점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도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효율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방 정부는 콘텐츠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막대한 연구 개발금을 대학에 지원한다. 지원금을 바탕으로 대학이 기술을 개발하면 이는 민간 기업으로 이전되고,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기지로 활용된다.

유럽의 콘텐츠 강국 프랑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가 주도적으로 콘텐츠 산업을 육성했다. 국립영화센터, 콜레주 드 프랑스, 코미디 프랑세즈 등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기관들은 정부로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프랑스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제작 규모 유럽 1위를 달리는 등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자산은 국민들의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평가받는 일본은 미국의 시장주도 방식과 프랑스의 정부주도 방식이 적절히 배합돼 있다. 특히 다양한 부처들이 협력해 콘텐츠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모습은 우리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콘텐츠 강국이 세계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같다. 콘텐츠는 갈수록 국경을 뛰어넘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이를 지원하는 국가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CT 산업 지원에 인색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콘텐츠 기술을 의미하는 CT는 2000년대 초반 국가 핵심기술의 하나로 선정되었고, 그 이후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꾸준한 지원이 뒤따랐다. 올해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투입될 정부 예산은 3900억원 규모며,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 매출 100조원과 수출 52억달러, 일자리 61만개라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민간투자 활성화도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지난해 `광해`와 `도둑들` 두 편의 한국영화가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지만 불안한 투자환경은 쉽게 노출되지 않았다.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한 과제들은 이 같은 대작 쏠림현상 외에도 많다. 자금 조달을 위해 글로벌 콘텐츠 펀드 등을 운용 중이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 등 콘텐츠 선진국처럼 제1금융권에서 자본력이 약한 중소 제작사에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리스크 관리를 해주는 한편, 대형 유통기업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으로 지나친 규제도 문제가 된다. 특히 게임 산업 규제로 시장이 위축되었다는 평가도 있고, 웹툰 등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갈 길은 멀지만 군데군데 희망의 빛이 보인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기반으로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일이 지름길이라면 지름길일지 모른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우리의 기술력을 통해 세계로 전파되는 이야기의 첫 장을 쓸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