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게임을 향한 `이상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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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칼럼]게임을 향한 `이상한` 규제

외국산 온라인게임이 우리나라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약 20%, 2012년 39%, 2013년 52%로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00년대 초반 80%에서 지금은 10%대로 급락하면서 종주국 위상이 위태롭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게임산업 성장을 견인해온 온라인게임이 수년째 정체되면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업체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은 견고해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내수시장의 실적을 해외 수출을 통해 메워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수출 마저 중국에서의 점유율 감소가 말해주듯 해외 국가들의 자국 산업 보호정책으로 인해 한국 게임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하는데 게임업계가 수년째 규제와 싸우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가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한 것은 규제정책 자체가 큰 문제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부의 게임 규제정책으로 2011년 시행된 일명 `강제적 셧다운제`를 필두로 선택적 셧다운, 주민번호 이용 제한, 각종 기금징수 법안들, 온라인 게임을 4대 중독물로 관리하는 법안 등이 시행 또는 추진 중에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웹보드게임 규제안) 역시 게임업계의 현실 및 사안의 경중을 오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불법사행산업의 규모는 75조원에 달하는 반면, 합법적 게임물인 웹보드게임의 국내 시장규모는 4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사행성 문제 해결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인터넷 도박과 같은 불법 사행산업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면서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순서가 틀렸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관리 가능한 게임산업 영역에 들어와 있는 웹보드게임에 대한 추가적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웹보드게임을 통해 불거지는 사행성 문제는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게임 밖에서 벌어지는 불법환전에 있기 때문이다.

대형 게임포털은 웹보드게임의 매출을 중소 개발사의 게임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 규모는 게임업계 자체 투자자금의 40%를 차지할 만큼 한국 게임 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규제가 특정장르의 게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국내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규제시행에 따른 업체들의 서비스 개편 비용 및 매출감소는 투자축소와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창조경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도 어긋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행성 문제 해결은 정부의 역할이고 의무다.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진행돼야한다.

그러나 내기 골프의 풍조가 만연하다는 이유로 골프장 시설을 규제하고 나아가 골프의 규칙까지 바꾸라는 규제를 한다면 누구나 `이상한` 규제라고 판단할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불법환전이 만연하고 있다는 이유로 게임 자체의 이용 금액을 규제하고 게임의 규칙까지 바꾸라는 규제가 만들어진다면 이것 역시 `이상한` 것이다. 규제는 결국 매출 감소를 부르고, 감소된 매출은 그만큼의 고용감소로 직결될 것이다. 규제 받지 않는 미국이나 중국의 해외 웹보드게임은 승승장구 할 것이니 한국 게임 산업은 이러한 규제 때문에 앉아서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환전을 막을 수 있을지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규제책을 시행해 게임사업자의 자율권을 제한하고 이용자들의 편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등도 우려되는 만큼 시행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원형 한국컴퓨터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 whlee@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