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잉여

[프리즘]잉여

88만원 세대는 옛말이 된 것 같다. 3포 세대도 마찬가지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모두 포기한 지는 말이다. 취업난까지 더하면 포기의 가지 수는 더 늘어날 기세다.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잉여라고 말한다.

잉여(剩餘)는 나머지란 뜻이다. 어떤 수를 다른 수로 나누고 남은 것이다. 경제적 잉여는 지불할 돈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적게 지불하여 남는 돈이다.

잉여인간은 사상계에 1958년 발표된 손창섭의 단편소설 이름이다.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대체로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요즘 나도는 잉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스스로를 잉여라 부르는 젊은이들은 자신을 남아도는 인간으로 비꼰다. 필요 없는… 쓸모 없는…도움이 안 되는… 기생하는… 등등의.

자신을 잉여라 부르는 젊은이들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자신만의 잘못으로 그렇지는 않다. 오랫동안 지속된 취업난에, 치솟아 오르는 등록금 부담 등으로 잉여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잉여가 의외로 힘이 세다.

국정원에서 댓글과 SNS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것을 보니 잉여에 대한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 게임을 마약, 도박, 술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한 법률이 나오는 것도 잉여로움을 시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게임 중독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하거나 혹은 잉여들이 양산된다면 게임을 없애 버리면 그 문제가 해결이 될까. 아니면 먼저 그 사회가 잘못된 건 아닌 지부터 확인하고 분석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잉여는 어쩌면 `젊으나 쓸모없는 백수들`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가 존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어낼 `거대하거나 무기력한 타자`일 것이다. 결코 사라지지도 않고 완벽하게 처리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이 품은 에너지를 우리 사회의 가능성 중 하나로 보고 어루만져 주는 것이 조그만 배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성묵기자 csm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