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일등이라 자랑하는 품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국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53%에 이른다. 하지만 패널을 제외하면 디스플레이 산업은 여전히 취약하다. 핵심 장비와 소재부품을 유럽과 미국, 일본 업체에 의존한다. 반쪽짜리 일등이다.
공고했던 패널 시장 주도권도 최근 균열이 생긴다. 대만에 이어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온다. 특히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업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중국산 LCD패널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에 근접했다. 2011년 3%였던 점을 감안하면 파죽지세의 성장이다. 반면에 국산 패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7.4%로 낮아졌다. 디스플레이산업 전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작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에 인색하다. 세계 일등이니 기업에 맡겨놔도 잘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착시다. 패널 시장 점유율은 높지만 제조 장비와 소재 부품산업 수준은 여전히 취약하다. 패널 주도권까지 약해지면 디스플레이 강국이라는 자리를 대만과 중국에 내줄 수밖에 없다.
대만과 중국은 요즘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 구축에 집중한다. 한국처럼 패널에 쏠린 왜곡된 산업 구조라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 소재부품 관련 기업을 300~500개 정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디스플레이 타운 조성과 지원을 강화했다. 대만은 중소기업에 법인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 이 덕분에 벌써 중국 패널기업의 자국 장비와 소재부품 구매율이 전년보다 30% 이상 올랐다. 치킨 게임으로 위기에 몰렸던 대만 업체들은 차츰 회복세를 탔다.
정부가 무작정 많은 예산을 쏟아 부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산업계가 가장 원하는 것은 패널 업체는 물론이고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일 인프라 조성과 세제 혜택이다. 국책 연구소의 민간기업 기술개발 지원도 강화해주길 바란다. 세계에 통할 장비와 소재부품업체를 빨리 육성하지 않으면 디스플레이 강국도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