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한 전력산업구조개편 작업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다. 정부는 2001년 한전의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 5개사로 분리해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2004년 애초 계획한 한전의 배전·판매 부문 분할은 중단됐고 이후 전력산업구조에 관한 명확한 정책방향 없이 10년째 과도기적 상황이 지속됐다.
한전에 민간 출신 CEO가 취임하면서 적자를 탈피하려면 한전 재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쟁체제 도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2010년 중립기관인 한국개발원(KDI)의 연구용역과 공론화 절차를 거쳐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결론은 기존 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이 봉합됐다.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를 거치고 스마트그리드 확산이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전력산업구조개편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23일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열린 `일본 전력산업 개혁 전문가 세미나`는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개편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논의로 뜨거웠다. 시장 독점과 가격 인상,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려면 판매시장 경쟁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야마자키 다쿠야 일 경제산업성 전력산업 개혁 담당은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예비율 확보, 소비자의 선택권과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독립·독점화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전력시장 경쟁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판매시장(소매)의 경쟁도입은 이동통신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요금과 서비스로 고객 수요 반응을 확대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스마트그리드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참여한 것도 기존 통신서비스 고객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체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부문도 있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송·배전 부문은 제도권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많은 산업분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도 규제 요소를 남겨 전력수급 안정을 꾀해야 하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