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협력형 비공개 아카이브를 제안한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4/03/article_31180401893457.jpg)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70만장서(두루마리)를 소장해 고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당시로서 경이로운 규모의 장서를 확보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심지어 항구를 드나드는 배들이 갖고 있는 책을 강제로 가져다가 사본을 만들어 원본 대신 돌려주거나, 소장가에게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해준다는 명목으로 강제로 빼앗기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터무니없는 짓을 하면서까지 책을 모은 이유는 세상의 모든 책을 모아서 당대에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에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학문과 문화 발전의 기초라는 이해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역할을 바라보는 믿음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지만 디지털 네트워크화가 진전되면서 도서관의 역할 수행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과거 도서관이 주도적으로 맡아온 상업적 학술지나 전자책 수집·전달 서비스가 이제 서비스 기업 몫으로 넘어갔다. 도서관은 단지 이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매개 역할만 할 뿐이다. 특히 학술지는 이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는 도서관 서비스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둘째로, 학술지와 전자책 등이 상품의 판매가 아니라 정보서비스의 라이선스라는 형태로 제공되면서 과거 인쇄책이나 잡지를 구매해 소장하던 것과는 달리 라이선스 기간이 끝나면 도서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온라인 학술지와 전자책만 얘기하자면 전통적인 장서의 보존과 대출서비스라는 도서관의 역할은 불가능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학술지를 라이선스(구독)와 함께 파일 구매방식을 병행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저작권 문제로 이용자가 직접 도서관에 와서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 상황에서 서비스 기업이 불가피하게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면 귀중한 지식정보자원이 소실되거나 도서관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 개별 이용자는 라이선스가 있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용자가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므로 서비스 기업은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협력형 비공개 아카이브(cooperative dark archive)’를 제안한다. 도서관과 서비스 기업이 협력해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기관이나 개별 이용자에게는 그 기업의 사이트에서뿐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같은 조건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조다.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여전히 도서관 내에서만 서비스하지만, 라이선스를 받은 이용자에게는 그 서비스를 도서관 밖까지 확대함으로써 평소에도 기업과 도서관 둘 중에서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서비스 기업이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는 외부에 전혀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료를 보존하는 비공개 아카이브(dark archive)와는 차이가 있다.
비공개 아카이브는 상황이 발생한 후에 대체서비스를 새로 시작하기까지 단절이 있을 수 있지만 협력형 비공개 아카이브는 이용자가 단지 이용가능 한 채널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므로 서비스의 계속성이 보장된다. 또 도서관이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제공하는 학술지 통합검색 서비스를 활용하면 각각의 학술지 데이터베이스를 일일이 검색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또 학술지 신간목차 푸시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관심 있는 학문 분야의 최근 동향을 손쉽게 접하고 이용할 수도 있다.
서비스 기업으로서도 위급상황에 따른 서비스 단절의 위험을 피할 수 있고 가입자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확충의 부담을 상당부분 도서관에 전가할 수 있으므로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 도서관으로서도 중요한 지식정보자원을 수집 보존하고 이용자에게 단절 없이 서비스하는 한편 도서관이 제공하고 있는 다른 서비스도 활성화하는 시너지효과를 꾀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공한다면 디지털 시대 도서관과 관련 산업의 아름다운 상생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wonsunli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