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취지와 방식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모바일 CPU 코어 국산화 사업이 닻을 올린다. 5일 경기도 판교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국산 CPU 코어 로드쇼’ 행사에는 65개 기업, 대학, 연구소에서 100여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반도체설계,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이 참여했다.
국산 모바일 CPU 코어 사업은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시스템반도체 분야 사업 중 하나다. 국내 기술로 만든 모바일 CPU 코어를 활용한 시스템온칩(SoC) 시장을 키우려는 일환이다. 무엇보다 급격히 커지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비싼 ARM 코어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에 따라 고성능 시장보다 중급과 중저급 사양이 필요한 웨어러블·바이오·의료 기기, 자동차, 스마트가전, 센서 시장을 우선 공략해 국산 CPU 코어의 기술력을 쌓고 적용 시장을 확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날 행사에서 국산 모바일 CPU 코어 기술을 보유한 3개 기관·기업이 나섰다. 당초 4곳이었으나 전자부품연구원이 에이디칩스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알데바란(Aldebaran)’ △에이디칩스 ‘이스크(EISC)’ △특허청·KAIST·다이나릿시스템 ‘코어에이(Core-A)’ 3개로 좁혀졌다.
기술 보유기관과 기업은 이날 기술 차별화 요소를 중점적으로 설명하며 적극적인 기술 교육·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에이디칩스와 다이나릿시스템은 사업 참여기업에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정책도 내걸었다. 칩 성능을 미들·로우급으로 초점을 맞췄지만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하이엔드급까지 내놓겠다는 로드맵도 공개했다.
ETRI는 웨어러블 스마트기기에 최적화한 기술은 물론이고 자동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영상인식 등 고성능 기기까지 아우를 수 있는 CPU 코어 라인업을 선보였다. 자동차 안전을 위한 별도 설계 코드까지 지원한다.
코어에이 지원센터인 다이나릿시스템은 다양한 기업이 코어에이를 적용해 시제품과 상용제품을 제작한 사례와 대학의 도입 사례를 전면에 내세웠다. 설계코드(RTL) 협약을 맺으면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는 데다 개발자를 지원·교육하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에이디칩스는 다양한 기업에 30건 이상 기술을 라이선스한 실적을 내세웠다. 이스크 기반 칩이 5000만개 이상 선적돼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 수준으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전자부품연구원과 협력해 선행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함께 기술을 이전하는 등 CPU 코어 개발과 연구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을 펼친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오는 4월 중 과제 제안서를 접수해 5월에 상용화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은 ARM 코어 기술과 비교해 성능, 수율, 보안, 향후 기술 개발 계획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참석자는 “ARM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율 때문에 단순히 국산 기술이라고 채택하기는 힘들다”며 “각 기술간 성능과 지원 사항을 더 자세히 비교해야겠지만 기존 사업에서 좀 더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