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차세대 기술로 부상한 `양자컴퓨팅`

양자기술이 과학과 정보통신(IT) 분야 새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의 양자컴퓨터, 풀 수 없는 암호체계인 양자암호 등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양자를 활용하는 시대가 되면 금융, 통신, 의료, 보안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 안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개발되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어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다. 양자컴퓨터는 초고속 데이터 처리와 빅데이터 활용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일기예보 등 정확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처리 새 패러다임으로 떠올라

양자란 ‘더 나눌 수 없는 에너지 최소량 단위’를 뜻한다.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양자의 고유한 특성인 중첩, 얽힘, 결맞음 등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한 컴퓨터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는 2진법을 기본 비트로 사용한다. 반면에 양자컴퓨터는 0과 1 사이 무수히 많은 값을 연산에 이용한다. 이 때문에 기존 컴퓨터는 비트가 증가하면 연산능력이 배수만큼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증가에 따라 제곱으로 늘어난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 성능 차이도 엄청나다. 300자리 정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슈퍼컴퓨터가 1년 걸리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30분이면 가능하다. 양자컴퓨터는 양자통신, 양자센서, 양자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암호분야에서도 양자기술은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다.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 암호체계는 수학계산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개키 암호방식 RSA암호는 암호화·복호화에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키 관리도 쉬워 전자상거래나 전자서명 등 일상생활에서 널리 활용된다.

RSA암호는 큰 숫자 소인수분해가 어렵다는 것을 이용한 암호체계다. 이 때문에 컴퓨터 성능이 발전하고 새로운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개발되면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RSA 암호체계 한계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대체할 양자암호 기술은 수학적 계산 복잡성이 아닌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절대적 안전성이 보장된다.

김용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현재 사용하는 암호는 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학계에서 언젠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양자암호는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암호체계로 당장이 아닌 미래에 대비해 방패를 마련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선진국 기술 경쟁 치열

양자컴퓨터 우수성과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보고 세계 각국은 양자 연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 유럽, 캐나다, 일본, 호주, 중국, 싱가포르 등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과학재단(NSF)을 통해 연간 약 1조2000억원을 양자연구에 투자하며 영국도 올해부터 2019년까지 5000억원 규모 양자연구를 시작했다. 캐나다는 2000년대 초부터 워털루 지역에 ‘양자밸리(Quantum Valley)’를 구축하고 8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유럽 국가는 Qurope(Quantum Europe) 하위 프로젝트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은 국립 자연과학 연구재단에서 양자연구를 지원해 왔고 최근 알리바바가 자회사에서 중국과학원과 공동으로 양자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와 호주, 일본 등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중장기 양자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양자 연구를 선도하는 나라 특징은 대부분 정부가 주도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업 등이 가세하며 민간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국내 양자컴퓨팅 연구 강화해야

아직 국내 양자연구는 산발적인 소규모 이론연구나 기초실험 연구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과 기술격차도 크다.

다중 큐비트 생성·제어·검출 기술 분야를 보면 미국,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8큐비트 수준까지 올라왔다. 반면에 국내는 4큐비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양자오류 보정 구현기술도 유럽과 캐나다 등이 이론과 실험 연구를 수행하는 데 비해 국내는 이론에 치우쳐 있고 실험연구는 없다. 양자광원 기술도 많은 나라들이 실용화 연구를 수행하지만 국내는 실험실 수준 연구에 그친다.

국내는 KIST와 각 대학, 일부 기업 연구소 등에서 양자 연구를 진행 중이다. KIST는 약 10년간 양자연구를 진행해왔고 지난 2012년 양자정보연구단을 설립해 양자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2013년엔 양자암호통신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해외양자암호학회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기업에서 하기 어려운 당장이 아닌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KIST 역할”이라며 “장기적 호흡으로 연구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양자 기반 기술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면 신산업과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양자 연구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대규모 연구를 지원하고 체계적인 육성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자기술은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국가 중요 정보를 보호하고 군사 작전을 지시하는 등 국가 안보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기술 시대를 앞서가면 세계적 기술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