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업 구조개편 회오리...오너 결단 `빅딜` 더 늘어날 듯

대기업 간 빅딜이 잇따르면서 재계가 사업 재편 회오리에 휩싸였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과감하게 넘기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주력산업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구도에 진입하거나 역동성을 잃어가는 가운데 재계 오너의 야심찬 결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역시 미래 대비차원에서 국내 산업구조 재편에 관심이 많다. 향후 대형 인수합병(M&A)이 더 늘어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사업 재편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SK와 CJ간 전격적 빅딜이 성사됐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기업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한다. 양사 간 인수는 SK그룹과 CJ그룹 최고 수뇌부간 전격적 결단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내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2일 이사회를 열어 CJ헬로비전 인수를 공식화한다.

대기업 사업 구조개편 회오리...오너 결단 `빅딜` 더 늘어날 듯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전격적 행보는 SK그룹과 CJ그룹의 주력 사업 집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 분야를 강화하려는 SK그룹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 분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CJ그룹의 이해관계가 부합된 결과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렸던 2015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통해 ‘파괴적 혁신을 위한 실행력 제고’를 주문했다. 종전의 방법으로는 현재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이전과는 다른 혁신과 차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K와 CJ는 이와 별도로 1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창작 및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공동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 사업구조 개편도 거침없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한화로 테크윈, 탈레스, 종합화학, 토탈을 매각한 데 이어 최근 롯데그룹에 삼성SDI 케미칼부문, 정밀화학, BP화학을 넘기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만나 통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화학부문은 삼성에서 준수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되는 사업 위주의 집중화에 더 무게를 뒀다. 전자와 금융을 축으로 그룹 사업을 단순화하는 대신 핵심 분야에서는 초일류를 지향한다는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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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식 새판짜기’는 내부에서도 치열하다. 삼성SNS와 삼성SDS의 합병, 통합 삼성물산 출범까지 내부 역량 다지기가 한창이다. 미래 신산업 발굴과 경영구조 안착을 위해 추가로 여러 계열사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무성하다.

헬로비전 매각을 결정한 CJ그룹은 ‘알짜’로 꼽히는 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중국 하이얼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CJ는 코웨이를 품에 안으면 가전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된다. 특히 강력한 렌털 마케팅과 유통망(유지보수 포함)을 확보할 경우 다양한 새 시도가 가능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산업 전반에 미래 불확실성이 많다는 인식이 많은 가운데 위기탈출, 미래성장을 위한 오너 결단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빅딜은 기업 자발적으로 단행됐다. 하지만 정부 역시 국내 산업구조 재편에 관심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성장 정체기에 진입하면서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며 “부실 사업 정리와 함께 잘할 수 있는 곳에 사업을 집중화하는 등 구조개혁은 일상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업 구조개편 회오리...오너 결단 `빅딜` 더 늘어날 듯

기술과 소비패턴 급변으로 산업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불확실성이 자주 언급되는 때다. 국내 기업 간 사업재편, 빅딜은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