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퇴 임원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인생 2막을 시작한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30여년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창업자를 돕는 `천사`로 나선 것이다. 경제력과 경영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 시너지가 기대된다.
엔슬(ENSL)협동조합은 은퇴한 전직 대기업 임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엔젤투자자 단체로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창립 초기 6명이던 조합원이 현재 4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현업에서 은퇴한 뒤 다른 50대 또래처럼 등산, 골프 등 여가보다는 엔젤투자자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평생 모은 자산을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기업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은퇴 임원들은 엔젤투자 참여에 대해 “돈이 아닌 보람과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수택 엔슬파트너스 대표는 “조합 참여를 권유할 때 `돈 벌 생각은 하지말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30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15년을 해외법인에서 근무한 해외시장 전문가다. 퇴직 후 한림대재단과 홀로텍에서 5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다. 35년간 월급으로 모은 여유자금 중 일부, 그리고 경영 노하우와 인맥을 스타트업에 제공한다.
임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스트레스와 건강악화를 겪었다”며 “돌아보니 나 자신을 위해 살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은퇴한 후 휴식을 취하던 그는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다가 엔젤투자자를 선택했다. 그는 “멘티 중에는 3전4기로 실패를 거듭하며 창업에 재도전하는 친구도 있는데 절박함이 느껴져 최선을 다하게 된다”며 “창업자들이 매출을 늘리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재동 엔슬협동조합 이사는 30여년 코스콤에 근무하며 공인전자인증제도 도입을 주도하는 등 국내 전자금융거래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지금은 한림대 산학협력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이사에게 엔젤투자는 멘토와 멘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창업교육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엔젤투자를 시작했다”며 “비록 창업 경험은 없지만 30년간 IT 신사업을 하며 갖춘 경험과 안목, 네트워크를 살려 스타트업을 멘토링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일주일에 이틀씩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며 창업자에게 조언하고 소액 투자도 한다”며 “나 자신도 멘티들을 만나면서 창업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에서 은퇴하면 전업 엔젤투자자로 나설 계획이다.
안창주 엔슬협동조합 총괄이사는 “더 많은 은퇴 기업인이 엔젤투자에 참여해 그들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 경영 노하우로 창업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은퇴 기업인 경험과 투자는 후배 기업인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