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칩스, 셋톱박스 SoC 첫 공급… 북미 대형 방송사업자 뚫어

시스템온칩 11월 말 공급…브로드컴 독점시장에 도전

팹리스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가 북미 대형 방송 사업자용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시스템온칩(SoC)을 공급한다. 20일 텔레칩스 연구원이 셋톱박스 SoC를 테스트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팹리스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가 북미 대형 방송 사업자용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시스템온칩(SoC)을 공급한다. 20일 텔레칩스 연구원이 셋톱박스 SoC를 테스트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텔레칩스가 북미 대형 방송 사업자용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시스템온칩(SoC)을 공급한다. 국내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 셋톱박스 SoC 시장에 진입하는 첫 사례다. 셋톱박스 SoC 시장은 브로드컴과 ST마이크로가 독점해 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텔레칩스는 오는 11월 말 북미 대형 방송 사업자용 셋톱박스 SoC를 공급한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서 사인을 위한) 마지막 절차상 과정만 남았다”면서 “연말에 의미 있는 첫 매출이 발생하고, 내년에는 큰 규모로 매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확한 공급 물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북미 고객사의 사업 규모로 추정하면 해당 셋톱박스 수명 주기가 끝날 때까지 수백만개 수준의 칩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텔레칩스는 소형 오버더톱(OTT) 전용 단말 업체에 SoC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셋톱박스 전통 제조업체에 칩을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공급 사례를 기반으로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북미, 유럽으로 시장 공략을 확대한다. 텔레칩스는 셋톱박스 SoC 매출을 차량 SoC와 동등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양쪽 모두 공고한 성장세를 이뤄 2020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텔레칩스가 공급하는 셋톱박스 SoC는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SNP8980`이다. ARM 코어텍스 A53 쿼드코어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말리-400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내장됐다. 4K 코덱 반도체 설계자산(IP)은 자회사 칩스앤미디어 제품을 활용했다. 삼성전자 28나노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셋톱박스 SoC 시장은 거래 실적이 중요하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공급 경험이 없는 경우 거래하지 않는다. 텔레칩스는 북미 거래 실적을 기반으로 국내 IPTV 시장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셋톱박스 SoC 시장 상황은 텔레칩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장은 브로드컴과 ST마이크로가 전체의 약 90%를 점유했다. 그러나 ST마이크로는 올해 초 사업을 철수했다. 낮은 이익률이 이유였다. 브로드컴은 아바고에 피인수된 이후 셋톱박스 SoC 사업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련 인력 다수가 회사에서 이탈, 고객사 대응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PTV 셋톱박스에는 대부분 브로드컴 SoC가 탑재된다. 대응이 늦은 탓에 고객사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칩스에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최근에는 미국 멀티미디어 반도체 설계업체 시그마디자인과 사업 협력도 맺었다. 앞으로 텔레칩스는 시그마디자인과 함께 통합 브랜드 `TSDS(Telechips Sigma Designs Semiconductor)`의 셋톱박스용 SoC를 개발, 공동 판매하고 이익도 공유한다.

양사 협력 시너지는 상당히 클 것으로 관측된다. 시그마디자인은 최대 셋톱박스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공급 사례가 많고, 고객사 관계도 좋다. 텔레칩스는 아시아 지역 고객사와 관계가 좋고, 셋톱박스 SoC 관련 핵심 역량을 보유했다.

기술 협력 시너지도 크다. 셋톱박스에 탑재되는 수신제한시스템(CAS)이 대표 사례다. 텔레칩스는 NDS, 시그마디자인은 나그라비전의 CAS 라이선스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양쪽 CAS를 활용하는 방송 사업자 모두를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운용체계(OS)의 경우 텔레칩스는 안드로이드, 시그마디자인은 리눅스 대응 역량이 각각 있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이와 관련해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셋톱박스 관련 핵심 솔루션을 조기 확보하고 시장 대응력을 높인 것이 이번 협력의 골자”라면서 “2020년 글로벌 셋톱박스 SoC 시장에서 3위권 안에 진입하는 퀀텀 점프를 이뤄 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텔레칩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한 1000억원에 육박한다. 2020년 매출액 5000억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현재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차량 SoC 분야의 지속 성장과 셋톱박스 SoC 매출의 급격한 확대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셋톱박스 SoC가 텔레칩스의 `신성장 동력`인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