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정상, "북한 제재" 한 목소리…제조혁신 정책 공유키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직후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북한 제재 강화에 뜻을 같이 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같은 분단국이자 통일을 성공적으로 이룬 독일 정상을 만나 평화통일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하며 조언을 구할 예정이었지만 북 도발로 인해 제재 논의에 초점이 맞췄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ICBM이 (발사 성공이) 2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한·미 전문가가 예상했지만 4일 발사한 미사일은 ICBM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적 압박과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청와대>

메르켈 총리도 북한을 맹비난하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G20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공동 결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모든 회원국이 유엔 결의 및 해당조치에 따르면 된다는 정도의 내용을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단호한 북핵 대응을 주장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이란 기조를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면서 “결국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만찬 형식으로 진행된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은 예상보다 20분을 넘겨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외에 경제 협력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논의했다. 독일은 미국의 실리콘 밸리 등과 4차 산업혁명 근원지로 꼽힌다. 제조업 혁신 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정통 제조업체를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려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과도 유사하다. 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 중소벤처기업부 확대 신설, 스마트 제조업 부흥 전략,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 체계의 변화 등 주요 경제 공?을 메르켈 총리에게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직업교육 등 다양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탈원전을 지향하는 만큼 에너지 정책 비전을 공유키로 했다.

이날 교민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총리실 담장 너머에 모여 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환송 장면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담장 쪽으로 100여미터 걸어가 교민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메르켈 총리도 문 대통령을 뒤따라가 교민들에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인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과 사드 배치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놓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를 방문해 작곡가 고 윤이상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 여사는 윤 선생의 고향인 통영에서 동백나무 한 그루를 공군1호기(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옮겨와 고인의 묘비 앞에 심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