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17>혁신 시간여행

'야마하 오 쓰부스(Yamaha Wo Tsubusu).' '야마하를 쳐부수자'는 뜻이다. 1981년 야마하가 혼다에 도전장을 내민다. 세계 제일 오토바이 제조사가 되겠다고 공언한다. 혼다가 자동차 제조에 모든 자원을 쏟아 붓고 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혼다는 전면전으로 답한다. '야마하 오 쓰부스'를 전투 구호로 삼았다. 가격 할인과 홍보전으로 개전을 알렸다. 개발과 생산 라인이 총가동된다. 18개월 만에 53개 모델을 새로 출시한다. 패션이란 콘셉트로 새로 디자인했다. 자동차용 신기술도 총동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야마하는 혼다 '혁신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재고가 12개월분을 넘어서자 “언젠가 다시 도전하게 되겠지만 그것은 각자 역할에 대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는 말과 함께 백기를 든다. 이렇게 'H-Y 전쟁'으로 회자되는 이 사건은 종지부를 찍는다.

미국 보스턴컨설팅 수석고문인 조지 스토크는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진다. 혁신에서 시간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만의 경쟁우위로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는 시간 기반 경쟁우위란 것을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세 가지 사례를 들려준다.

첫째 반응 시간 혁신이다. 아틀라스 도어의 주 제품은 산업용 안전문이다. 철저히 맞춤식인 탓에 주문에서 설치까지 반응 시간이 관건이다. 업계 평균 4개월을 절반으로 줄여 보기로 한다. 생산 라인, 프런트엔드, 물류시스템을 손본다. 동시 견적, 데이터베이스, 컴퓨터 디자인, 저스트인타임 로지스틱스를 도입한다. 가격은 오히려 높게 매겼지만 10년 만에 시장 80%를 석권한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둘째 개발 사이클 혁신이다. 1979년 미쓰비시전기는 업계 평균 36개월이던 신제품 개발 주기를 12개월로 줄이기로 한다. 1980년에 집적회로, 1981년엔 마이크로프로세스로 바꾼다. 1982년 고효율 컴프레서, 1984년에는 인버터를 각각 적용한다. 1990년 즈음이 되자 대부분 경쟁업체는 미쓰비시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혁신 격차가 벌어진 채 끌려다니게 된다.

셋째는 제조 프로세스 혁신이다. 토요타자동차는 물류 관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공급업체들은 원료 도착 후 납품까지 평균 15일을 잡고 있었다. 로트 사이즈와 공장 레이아웃을 손보고, 생산되면 재고 없이 곧장 생산 라인으로 보내게 했다. 15일이 결국 하루로 줄어든다.

스토크는 혁신에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비용 혁신이다. 저임금, 규모 경제, 공정 개선, 제품 집중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시간 기반 혁신이다. 유연 생산, 애자일 방식, 제품 다양성 모두 실상 여기에 해당한다.

H-Y 전쟁에서 혼다 역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너무도 명확한 승리였기에 회복은 어렵지 않았다. 스즈키와 가와사키에 보낸 시그널도 명확했다. 이제 어느 누구도 혼다 혁신 속도를 의심할 수도, 이겨낼 자도 없다.

스토크는 시간 기반 혁신은 비용을 줄이고 더 다양한 생산품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더 많은 마켓 세그먼트에 대응하고, 기술 혁신을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에 시간 여행이란 방식이 있을까. 그것을 바란다면 스토크의 시간 기반 혁신을 생각해 보라.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