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프레디 머큐리 할퀸 '에이즈', 치료 가능해지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가 걸어온 일생을 소개한다. 영화 후반부 프레디 머큐리의 '후전성면역결핍증(에이즈)' 진단 내용도 다루면서 그를 기억하는 관객을 울린다.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 합병증에 따른 기관지 폐렴으로 45세 젊은 나이에 결국 세상을 등졌다. 영화 대미를 장식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 후 6년 만이다. 이후 에이즈는 프레디 머큐리를 앗아간 원흉이자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세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이즈는 체내 면역체계가 파괴돼 폐렴을 비롯한 각종 감염이 진행되는 질병을 뜻한다. 면역세포인 'T세포'를 파괴하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원인이다. 최근에는 많은 연구가 진행돼 HIV에 감염되도 에이즈 발병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거나 감염자 수명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확실한 치료 방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에이즈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완치에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과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이달 초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HIV 감염 환자 치료 성과를 발표했다. 항바이러스 치료 중단 후 1년 6개월 동안 환자에게서 HIV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 완치로 단정할 수 없지만 에이즈 치료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치료 방법은 '조혈모세포' 이식이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백혈병 치료 방법인 골수이식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체내 조혈모세포를 모두 없애 질병과 무관한 새 세포를 이식하는 시술이다.

'CCR5 수용체'가 결핍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환자에 이식, HIV 저항성을 갖도록 한 것이 관건이었다. CCR5 수용체는 T세포가 HIV를 받아들이는 통로다. 환자 몸에 착상한 이식 조혈줄기세포가 기존 세포를 모두 대체하고 CCR5 수용체가 없는 T세포를 만들어 내면서 HIV도 사라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례가 특히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는 유사 사례가 과거에 한 차례 더 있었다는 점에 있다. 2009년 독일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HIV 감염 치료에 성공했다. 당시 환자는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선택했는데 우연히 유전자변이로 CCR5 수용체가 결핍된 세포를 공여 받게 됐다. 이 환자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학계와 연구계에서는 두 번에 걸친 치료 사례를 매우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사례가 적다는 한계는 있지만 HIV 감염과 에이즈 치료 가능성을 한 층 더 높였다는 평가다. 현재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CCR5 유전자를 제거한 세포를 체내에 재차 투입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조혈모세포 이식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식으로 도리어 치명적인 합병증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융합연구단장은 “조혈모세포 이식이 HIV 감염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례가 거듭 나왔고 두 번째 사례도 완친 판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더 연구할만한 성과인 것이 사실이지만 무조건 실행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