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백두산 화산 분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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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이 화산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로 분화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까운 시점에 분화 현상을 나타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분화 시점은 1903년인데 이것도 매우 규모가 작은 수증기 폭발 수준이었다.

겉모습도 평화롭다. 심지어 분화구에 물이 고여 칼데라 호수인 '천지'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용암을 토해내는 화산과 비교하면 위험성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씩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다. '백두산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조금씩 나오면서 화산 분화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국회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이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백두산은 정말 위험한 화산일까? 지금 모습을 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백두산은 사실 무시무시한 과거를 지녔다. 지금은 천지를 품은 얌전한 곳이지만 10세기 중반에는 남한 전체를 1m나 뒤덮을 수 있는 분출물을 쏟아냈다.

각종 과학연구 과거 역사 연구로 예측한 백두산 분화 시점은 946년이다. 이 때 분화 여파는 해당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가깝게는 일본에서도 화산재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고 이 시기 만들어진 그린란드 빙하 중심에 화산 분출물인 황이 유난히 많다. 과거 1만년 이래 지구에서 일어난 분화 사건 중 손에 꼽히는 규모다. 이 규모와 1000년 즈음이라는 시점 탓에 '밀레니엄(천년) 분출'로까지 불린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오늘날 다른 밀레니엄 분출을 만들어낼까? 백두산은 지난 2002~2005년 매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중국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백두산에서는 지진이 한 달 평균 72건이나 발생했다. 안정기에는 같은 기간 동안 지진 건수가 7건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10배나 오른 셈이다. 2003년 11월에는 심지어 243건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 때 백두산이 수 센티미터 이상 부풀어 올랐다는 관측 결과도 나왔다. 당시부터 백두산을 달리 보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과거 밀레니엄 분출 정도 화산 분화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길 수 있다. 용암과 돌이 마구 뒤섞인 '화산쇄설류'가 백두산 주변을 덮치고 천지에서 터져 나온 물이 대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주변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직접 피해를 끼친다. 갑작스러운 화산가스 분출로 주변 주민 다수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화산재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 까지 퍼진다.

다행히도 학계에서는 당장 백두산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창 긴장감이 고조되던 2002~2005년에 비교해 지금은 대다수 징후가 많이 잠잠해졌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지하 마그마 활동을 유추할 수 있지만 과거만큼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백두산을 완전하게 안전한 곳으로 볼 수는 없다. 중국이 1999년 장백산(백두산의 중국명) 화산관측소를 세우고 관측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분화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어서다.

지강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박사는 “지금은 백두산 화산이 얼마나 위험한지, 언제쯤 분화할지 여부를 아는데 한계가 있다”며 “다만 중국에서 관측을 계속하는 만큼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