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출신 대학 총장 "대학 교육 내용, 방법 혁신해야"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과학기술계 대학 총장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좌장),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과학기술계 대학 총장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좌장),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이공계 출신 국내 대학 총장이 현 교육 체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인재 양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융합문제해결 능력 배양을 저해하는 각종 칸막이를 없애고 교육 내용, 방법론 측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과학기술계 대학 총장포럼에 참석한 국내 주요 대학 총장은 '대한민국 미래 10년을 말하다'를 주제로 토톤했다..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등 7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김기선 GIST 총장은 “글로벌 대학이 교육내용과 방법론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뚜렷한 추세”라면서 “내용적으로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도구를 모든 분야에 접목해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총장은 “더 중요한 것은 방법론으로 다양한 교육방법이 학습 영역에 따라 갈리고 선택된다”면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방식의 방법론을 고민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대학 교육 혁신을 말하지만 내용, 방법을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교수가 적극적으로 내용과 방법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특히 출구와의 연결이 잘 돼야 한다”면서 “연결 측면에서 산업체와 연계되지 않으면 인재 양성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미국 올린 공대 사례를 들어 문제해결 기반 프로젝트 방식 교육과 대학, 기업 협력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교육 정책의 명확한 방향성과 전략 수립 요구도 나왔다. 전문성 가진 인재를 키우는 수월성 중심 교육과 학문생태계에 초점을 맞추고 시민사회 소통하는 단계별 교육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수월성 교육과 학문생태계 조성하는 중간 단계 교육이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 BK플러스 사업 등에서도 수월성, 선택과 집중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교육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전략을 갖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대학은 여전히 교수 강의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 융합문제해결 능력 등은 이런 시스템에서 얻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신 총장은 “해외 대학은 전 교육과정에 AI, 데이터 분석 등을 도입한다”면서 “대학 교육도 '티칭' 중심에서 '러닝' 중심으로,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공 간 칸막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입시 경쟁으로 인한 주입식 교육 폐해가 대학까지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학생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데 입시 교육 때문에 주입식에 길들여진 탓”이라면서 “학생 자세와 생각을 교수가 바꿔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 총장은 “문과 학생이더라도 교수가 판단해서 물리, 화학 등 소양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교수 지식을 그대로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소양,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역할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 중심 대학에 무조건 연구 시설 등을 갖추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전 총장은 “연구, 교육 중심 대학, 국립대, 사립대 등 특성에 따른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정부 재정 분배도 정책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교수, 학생 방법, 인식이 모두 변해야 한다”면서 “학생이 스스로가 학습에 대한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학생은 짜 놓은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을 받다보니 목표를 세우지 못한다”면서 “해외 활동, 인턴, 동아리 등 비교과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자기 계획을 세우고 방향설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