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13>미래 제조업 전망

[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13>미래 제조업 전망

제조업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 신기술이 융합되면서 형태가 크게 변할 것이며, 속도와 다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초기의 미래 제조업을 전망해 본다.

제조업 혁신을 불러오는 원인으로는 인구 구조 변화, 지속 발전 가능성, 글로벌화가 공통으로 꼽힌다. 그 외에 도시화 진행, 글로벌 안전 위협 증가, 제품 수명 주기 단축, 소비 패턴 변화 등이 거론된다. 이런 원인 이면에는 기후변화·자원고갈·환경오염이라는 글로벌 이슈와 함께 제조업의 글로벌 리더십 변화가 깔려 있고, 이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제조업을 혁신시킬 수 있는 방안 찾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처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러한 이슈에 대응하는 제조업 혁신 방안으로 분산 또는 현장 제조, 신속 대응, 복합(융합)화, 맞춤형 제조, 사람 중심의 제조 환경, 지속 가능한 친환경 제조, 혁신 기술의 빠른 수용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3D프린팅과 같은 적층 제조 기술, 나노 및 마이크로 기술, 바이오 기술, 첨단 소재 기술, 환경에너지 기술, 정보통신 기술 등 범용기술(GPT)이 본격 도입됨으로써 제조업을 혁신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빅데이터·AI·클라우드컴퓨팅·IoT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해 활용하는 일련의 기술이 신소재 개발, 부품제조 공정 최적화, 생산장비 제작 기술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돼 혁신이 가속되고 있다.

3D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제조 기술이 등장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계가 모호해지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별되지 않는 프로슈머와 1인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제품이 곧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됨으로써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팔게 될 것이다. 항공기 엔진을 팔던 롤스로이스는 항공기에 장착된 엔진을 운전하는 비행시간으로 돈을 받는다. 발전 설비를 생산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은 발전 설비를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발전 설비를 고장 없이 최고 효율로 운전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최저 가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점이 있다.

제조 공정이 자율화됨에 따라 인건비가 줄어들면서 인건비가 싼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둘 필요가 없어지는 반면에 적은 인원의 고용 창출도 매우 절실해지게 되기 때문에 자국 내 생산을 더욱 장려할 것이다. 글로벌 분업 체계는 몇몇 선진국이 더 큰 이익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며, 다국적 기업이 가치사슬을 더욱 강하게 지배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차별화된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 따라 제품 가격이 결정되지만 미래에는 원료로부터 제품이 최종 폐기되기까지 온실가스 발생, 환경오염 등 친환경 요소 등이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제조업 영역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원, 물류 등 통합 체계에 있는 효율성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여러 플랫폼이 모여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제조 기업들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능이나 시설을 공유 또는 임대하는 사업이 보편화될 것이다. 1차 산업혁명 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기계를 작동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여성이나 아동이 생산 현장에 투입된 것과 반대로 고령 작업자가 생산 현장에서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장비와 작업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다음 주에는 선진국이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흐름을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