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5G 디지털워크플레이스와 주52시간 근로제

[기고]5G 디지털워크플레이스와 주52시간 근로제

정부는 법정근로시간을 주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단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대기업이 먼저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정시퇴근 분위기 등 긍정 효과를 불러왔지만 인력 운영상의 어려움, 기업 연구개발(R&D) 경쟁력 약화 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부터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현실이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업종별 예외 인정이나 적용 시점 조절 방안 등 제도 중심 대안이 노·사·정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정책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선 현장 업무 방식에 스며드는 비효율성을 제거해 근로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높이고 기업 부담은 경감할 수 있는 대안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대안으로 디지털워크플레이스를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워크플레이스는 업무 공간 및 문화를 인간 친화형으로 혁신하고 직원의 업무 몰입도, 대응력, 조직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개념이다. 언제 어디서나 ICT를 이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근무 방식인 스마트워크에서 진화한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워크 이용자는 시간 활용 효율성 향상, 가사·여가 활동 시간 증대와 같은 효과를 얻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워크가 워라밸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은 비용 절감, 인력 운영 효율성 향상, 조직 내 협업·소통 증진 등 효과를 얻어 스마트워크가 주52시간제에 따른 부작용 완화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초고속·고신뢰 이동통신 환경인 5세대(5G) 통신을 상용화, 5G 기반의 디지털워크플레이스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아직 5G 기술 기반의 서비스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시스템과 사무실 통신 환경이 5G 기반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G 인공지능(AI)·얼굴인식 기반의 보안·개인비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반의 고몰입형 텔레프레즌스, 데스크톱가상화(VDI)·클라우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봇 기반의 업무자동화, 모바일 실시간 협업 서비스가 일상 업무에 활용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SKT, KT 등 국내 통신사는 5G 기반의 최신 ICT로 무장한 디지털워크플레이스를 공개하고, 언제 어디에서도 5G 단말을 통해 기업의 각종 정보시스템에 접속, 업무를 수행하고 동료나 파트너사와 협업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워크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 스마트워크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소셜 메신저에 챗봇을 결합해 재택·이동 근무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주52시간제 준수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자동화 플랫폼, 실물 이동 없이도 워크숍이나 연수를 진행해 불필요한 업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사이버 워크숍 운영 플랫폼 등 기업이 주52시간제를 준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워라밸 바람은 인간의 창의력이 중요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경쟁력을 위한 필수 요소며, 국가의 지속 발전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다행스럽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인프라인 5G와 ICT가 워라밸 및 기업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워라밸 바람이 태풍이 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이 5G 기반의 디지털워크플레이스로 진화하고 확산하는 데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성욱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프라기획팀장 surha@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