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별세]유통거인 마지막 길…신세계도 쿠팡도 '한마음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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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21일 오후 2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21일 오후 2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1979년 서울 소공동에 롯데쇼핑센터(現 롯데백화점 본점)를 세웠다. 유통업이 활발해지면 산업 전반에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기존 백화점보다 2배 이상 큰 선진화 점포에 개점 당일에만 30만명이 몰렸다. 당시 수도권 인구는 800만명.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유통업에 현대화 토대를 만든 고인의 마지막 길에 예우를 갖추기 위한 유통업계 발길이 이어졌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21일 오후 2시쯤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함께 들어간 신세계 사장단은 금방 빈소를 빠져나왔지만 이 회장과 정 부회장은 40여분간 빈소에 머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유족을 위로했다.

조문을 마친 이 회장은 취재진에게 "(신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친구"라며 "신동빈 회장도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빈소에서 그와 많은 얘길 나눴다”면서 어떤 대화였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좋은 얘기. 재밌는 얘기”라고 짧게 답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그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면세점·호텔·복합쇼핑몰 등 유통업 전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유통업계 맞수로서 산업 발전을 이끈 고인에 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대표급 임원이 총출동했다. 첫 공식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강희석 이마트 대표 등 10여명 사장단이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가운데)가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나오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가운데)가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후배 경영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이날 외부 재계 인사 중 가장 먼저 신 명예회장 빈소를 찾았다. 쿠팡 역시 국내 유통업 기틀을 닦은 신 명예회장에게 최대의 예우를 갖추기 위해 부사장단 등 임원진이 다수 동행했다. 특히 일반 조문 예정 시각인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빈소를 찾아 20여분 간 대기하며 극진한 예우를 했다. 김 대표는 신 회장 등 유족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짧은 위로의 말을 전하고 빈소를 빠져 나왔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이른 아침부터 신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고인은 우리 삶에 기본이 되는 유통과 식품, 관광 나아가 석유화학까지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토대가 되는 산업을 일군 1세대 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신 명예회장 장례 사흘째인 21일 이른 오전부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정재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이날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과 소송으로 갈등을 빚었던 막내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도 장례식 첫날에 이어 이날 다시 빈소를 찾았다. 생전 고인의 총애를 받았던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전 롯데 사회공헌위원장) 역시 이른 아침부터 다시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곁을 지켰다.

그룹장으로 치러지는 이번 신 명예회장 장례 발인은 22일이다. 영결식은 오전 7시부터 잠실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 명예회장은 고향인 울산 울주군 선영에 안치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