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공주 과기보좌관 "과학기술 혁신성장 그림 그려졌다…확실한 변화 이끌 것"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공주 과기보좌관 "과학기술 혁신성장 그림 그려졌다…확실한 변화 이끌 것"

“전체적으로 그림이 잘 그려졌습니다.”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최근 데이터 3법 등 국회 입법작업과 청와대 조직재편에 대해 이 같이 표현했다. 청와대는 이달 6일 과기보좌관실에 'DNA(데이터·네트워크·AI)' 분야를 담당할 디지털혁신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정책실장 산하 보좌관·비서관실 조직재편을 단행했다. 과기보좌관에 몰린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는 한편 다른 보좌관·비서관실에 산재된 업무를 가져와 업무 일관성도 확보했다.

새해 첫 업무보고 진행 정부부처로 '과학기술 강국'을 주제로 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된 것에 대해선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과 그에 따른 조직 위상 강화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성장, 경제활력, 확실한 변화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인공지능(AI) 1등 국가를 선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 보좌관은 “과학기술은 대통령의 관심도 깊고 아이디어도 많은 분야”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만큼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 내용에 대한 이견은 크지 않았다고 본다. 법안이 곧 통과될 것이라고 판단한 적도 몇 차례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을 땐 본회의 통과가 시간문제라고 봤다.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릴 땐 민망하기도 했다. 결국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늦은 밤 여당 중진 의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때 '정말 됐구나'라고 느꼈다. 담당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노력을 많이 했다. 많은 사람들이 수고해 이룬 성과다.

-법 통과로 산업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하는데 복안은 있나.

▲앞으로 데이터 산업 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에 대해 디지털혁신비서관도 새로 오고, 범정부 태스크포스(TF)도 꾸려져서 진행 중이다. 큰 과제는 디지털정부와 데이터활성화, 미디어산업활성화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할지 액션플랜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 3월 정도면 정부부처별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 준비하면서 벤처업계도 많이 만났다. 고맙게도 벤처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해주고 있다. 금융분야도 빠르다. 의료분야는 조금 느리지만 작년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내에 디지털헬스케어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보고서도 나왔다.

문제는 표준이다. 데이터 표준인데 의료분야에서도 표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에 대한 준비가 진행 중이다. 의료가 특히 민감한 부문이고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이 가장 빠르게 진행된다는 핀란드도 쉽지 않다. 핀란드에서 의료 데이터를 하는 분들과 만나봤는데, 비식별화 기술을 하고 있지만 난관이 많다. 또 하나는 법이 과거 상황에 맞춰져 있다는 거다.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은 25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개정도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

-범정부 TF가 구성되고 청와대 디지털혁신비서관이 신설됐다. 업무분장은 어떻게 되는가.

▲디지털정부 TF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중심이다. 데이터활성화 TF는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 미디어산업활성화 TF는 과기정통부와 국무조정실이 이끈다. 관련 모든 정부부처가 참여한다. 중심에는 과기정통부가 있다. 청와대도 물론 참여한다.

사실 작년 2월에 과기보좌관으로 오고 난 뒤 비서관이 한 명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과기보좌관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분야를 모두 챙긴다. 디지털혁신비서관은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등에 보다 집중한다. 구체적으로 과기보좌관은 수석급으로 청와대 내부 정책 조율을, 디지털혁신비서관은 정부부처와의 업무를 조율한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관련 일이 많다. 반도체 하나만 해도 설계부터 챙길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이에 정보통신분야 행정관도 충원된다.

사실 과학기술이란 게 워낙 범위가 넓다. 바이오와 시스템반도체도 과학기술이다. 업무 분장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청와대도 정책실장이 주도하는 일이 있고, 과기보좌관이 주도하는 일이 있다. 데이터 3법을 예를 들면 통과 후 방향 등의 준비는 다 돼 있었다.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후속 보완조치는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담아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결국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일부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때문에 데이터 유통에 트라우마가 있다. 이들의 걱정을 해소하고 데이터가 잘 쓰여 그에 대한 이익이나 혜택이 개인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공주 과기보좌관 "과학기술 혁신성장 그림 그려졌다…확실한 변화 이끌 것"

-전체적으로 봤을 때 조직과 기능이 보강됐다.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본다. 대통령께서도 워낙 관심이 많으시고.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이라는 국정 캐치프레이즈의 중심은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성장, 경제활력, 확실한 변화가 목표다.

-정부 출범 후 절반이 지났다. 과학기술 성과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짧은 과학기술 역사에 비하면 굉장히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과학기술계를 믿고 돕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위축됐던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출연연 관계자들을 만나본 것을 종합하면 정부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느냐고 지원하는 메시지를 준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 과학기술계에는 좋은 연구를 하고 세계적으로 역할을 하는 분들이 많다. 정치권은 믿지 않는 것 같지만, 결국 국가가 지원하고 충분히 해볼만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1년간은 '정부는 과학기술계를 지원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과정이었다. 처음 과기보좌관으로 왔을 때 놀란 점은 정부 예산이 9% 오를 때 과학기술 예산은 4.3% 인상에 그쳤다는 것이다. 최소한 정부예산에 맞춰 올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소재부품장비산업 예산이 시급해져 크게 늘었다. 예산도 중요하지만 국가전략도 중요하다. 인공지능(AI)은 작년 5월부터 준비했다. 사람(전문가 혹은 연구원)이 없다며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은데 우리는 SW강국이다. 미국 다음으로 잘 한다고 자부한다. 게임회사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여기에 우리는 제조업도 강한 나라다. 기반이 잡혀있다. 스마트화, 인공지능화하기 좋은 조건이다. 메모리칩도 1등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돈을 쏟아 붓지는 못하겠지만 영리하게 생각하고 잘 할 수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처럼 다른 나라도 우리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모른다. 우리나라의 저력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연구개발(R&D) 예산 효용성 논란도 있다.

▲우리 정부는 500여조원 예산 중에 24조원을 R&D에 투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업에게 주는 예산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R&D 예산만큼 잘 쓰이는 예산은 없다고 본다. 연구자와 학생은 국가 과학기술의 근간이다. 그들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나라 산업도 없다. 학생 인건비와 재료비 등으로 투입된 예산으로 굉장한 연구가 나오고 기술로, 또 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알토란' 같은 예산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다. 혁신국가로 가려면 더 늘려야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기반은 산업이라고 하지만 그 아래 밑돌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R&D 예산이 잘 못 쓰인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그들이 예산을 그렇게 써왔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에는 똑같은 게 없다. 기술은 평행으로 가지 않는다. 단계별로 올라간다. OLED 기술을 예로 들면 처음에는 효율도 좋지 않고 값만 비쌌다. 지금은 기술이 향상돼 주력품목이 됐다.

이 단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을 연구자가 한다. 과학이 기술이 되고, 기술이 산업이 된다. 정부는 산업이 잘 되고 있어도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새해 국민과 현장이 체감하는 과학기술 정책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인재육성이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에서 젊은 인재의 역량을 키우는데 투자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과기정통부가 작년 말 발표한 '박사후연구원(포닥)'에 대한 '세종과학 펠로십(Fellowship)'이 대표적이다. 연구단절 없이 독립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2021년부터 5년간 우수 포닥 1000명을 대상으로 인건비·연구비를 1억원씩 지원한다. 박사학위를 막 취득한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생산성이나 논문 실적이 특히 우수하다. 생계 걱정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 비해 급여 수준이나 처우, 고용형태 등이 불안하다. 선진연구와 포닥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정책 역시 작년에 이어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타 분야와 융합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

달과 우주 분야도 관심이 많은 분야다. 여건만 되면 예산 등 지원책을 많이 하고픈 생각이다. 블랙홀 관측 때처럼 우리 기술력도 좋다. 미국 대사를 만났는데 한국 기술자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더라. NASA도 그렇고 외국에서 같이 일을 하자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기술이 없으면 같이 일하자고 하지 않는다.

-바이오분야 유명 과학자 출신이다. 바이오 분야 정책 구상도 갖고 있는가.

▲바이오도 소재부품장비산업 분야와 비슷하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다. 수익성 부문에서 차단되는 게 현실이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용화해 약이나 백신 등으로 출시하려면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 기술은 초반에는 돈이 안 된다. 이어달리기가 중요하다. 기초연구나 기술을 개발해 이를 기업, 산업이 가져가게 하려면 R&D도 이어달리기가 돼야 한다.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일몰됐는데 다시 하려고 한다. 수요가 많아졌다. 바이오분야는 그동안 많이 어려웠다.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재가동되고 유전체 빅데이터 등 유전자 시퀀싱이 진행되면 예방과 치료 등 질병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출연연은 어떠한가. 새롭게 바꿀 부분은.

▲과기보좌관 부임 후 출연연에 공을 많이 들였다. 출연연이 그동안 기관의 역할과책임(R&R)에 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연구소의 리더십이 무너졌다는데 있다. 물론 잘하는 출연연도 많다. 리더십이 강한 곳이다. 반면 리더십이 무너진 곳은 원장이 바뀔 때마다 연구 등이 모두 뒤집어진다. 원장의 임기인 3년이라는 시간은 연구관점에서 볼 땐 짧은 시간이다. 잘 되는 출연연은 지금도 잘되고 소장이 바뀌어도 잘된다. 연구의 연속성이 보장되니까 구성원들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출연연은 2000년대 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개발했던 곳이다. 2000년대 들어 기업 연구소가 잘하기 시작하면서 KIST 등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당장 필요한 기술을 기업 연구소가 개발하고 잘 하니, 한 단계를 앞선 연구로 전환했다. 미션이 분명하면 잘 할 수밖에 없다.

지질연을 예로들면 지질연은 우리나라 어디에서 지진이 나도 다 안다. 북한에서 핵실섬을 하면 어디서 했는지 꽉 잡고 있다.

우리 출연연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는 자기 구성원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

-20대 국회가 끝나가고 21대 국회가 곧 들어선다. 입법 쪽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무엇인가.

▲연구개발(R&D)특별법이 가장 중요하다. 담당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여기서 안 되면 21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과 전자서명법 개정안도 빨리 처리돼야 한다. 20대 국회가 이전 국회 때처럼 총선 이후인 4~5월에 비쟁점 시급법안을 처리하길 바란다.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지난해 2월 19일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1세대 여성 과학자다. 생화학·프로테오믹스(단백질 분석 기술) 분야 세계적 권위자다.

서울 출신으로 풍문여고와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했다. KAIST에서 생물공학 석사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물리화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며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WES) 회장도 역임했다. 모교인 이화여대 대학원장도 지냈다.

과기보좌관으로 발탁된 이후 탁월한 연구 역량과 다양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정책, 연구개발 및 미래 인재양성 등 과학기술 분야의 개혁과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정리=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