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 작년 4분기 매출 대폭 개선...TSMC가 투자 주도

2019년 주요 반도체 장비사 분기별 영업이익.<자료: 각사 취합>
2019년 주요 반도체 장비사 분기별 영업이익.<자료: 각사 취합>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사 실적이 큰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혹한기였던 메모리 시장 투자 재개 움직임보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공격적인 장비 예산 투자가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파운드리 공정을 확보하고 있지만, TSMC의 선발 투자를 뒤쫓는 과정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ASML, 도쿄일렉트론(TEL)의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개 업체 영업이익이 2019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장비업계 1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반도체시스템 분야 영업이익은 9억1500만달러로, 3분기 영업이익(6억4100만달러)에 비해 44.4%나 증가했다. 램리서치는 6억9000만달러 영업이익을 기록해 직전 분기보다 27% 증가했다.

4대 장비사 매출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이다. 반도체 전공정에 들어가는 핵심 장비 다수를 공급할 만큼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 매출은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사의 팹 운영 방침, 반도체 시장 동향과 큰 관련이 있다. 지난해 1~3분기는 메모리 시장 불황으로 이들 매출도 전년대비 큰 폭으로 내렸다.

4분기 매출 증가는 올해 반등이 예상되는 메모리 시장 설비 투자 재개 이슈보다 대만, 특히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 약진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한국 매출이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대만 매출은 2배 가까이 늘어난 13억6500만달러를 달성했다. 램리서치도 수년 전까지 전체 매출에서 한국 시장 비중이 1위였지만, 지난 4분기에는 대만이 한국을 8%포인트(P) 앞지른 26%를 기록했다. ASML은 자사가 독자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연간 생산량 30대 중 20대를 대만에서 가져갔다고 밝힌 바 있다.

TSMC 2019년 분기별 설비투자액. <자료: TSMC 실적보고서>
TSMC 2019년 분기별 설비투자액. <자료: TSMC 실적보고서>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50% 안팎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지난해는 역대 최대 매출인 41조원을 기록했다.

TSMC는 지난 4분기에만 약 7조원을 설비 구축에 투자했다. 한해에 18조원을 설비투자에 쓰며 파운드리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 및 파운드리 팹에 동시 투자하는 삼성전자 설비투자액 22조6000억원과 맞먹는 금액을 파운드리 설비 구축에만 쏟아 부은 것이다.

TSMC는 EUV 공정을 도입하면서 5나노, 3나노 제품 양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TSMC의 설비 투자 예산 확대 기조는 올해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약 8조원을 설비 투자에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TSMC와 격차 좁히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TSMC 투자가 한층 강화되면서 만만찮은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기존에 갖고 있던 높은 신뢰도, 다양한 설계자산(IP)과 제품군으로 삼성전자의 도전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