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코로나19가 다시 불붙인 원격의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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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코로나19가 다시 불붙인 원격의료 논쟁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 허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기관 내 감염이나 병원 폐쇄 사례가 생기자 만성질환자나 가벼운 감기 환자 등이 필요한 치료를 제 때 받을 수 있도록 내놓은 조치다.

당장 의료계에서는 의료법상 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고 적절한 초기 치료 기회를 놓칠 될 위험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의료기관과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솔루션 제공에 나서며 실효성 검증을 시도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 원격의료는 뜨거운 감자다. 의료접근성 확대와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신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 완화 필요성은 지속 제기된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화진료 허용을 원격의료 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이루는 '베타테스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 접근성 확대” vs “의료전달체계 붕괴” 첨예한 대립

원격의료는 대면진료 반대 개념으로 영상, 전화, 채팅 등을 통해 진료하거나 의료기기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전송해 의사 소견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 의료인 간 원격의료,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로 구분되는데 의사와 의사 사이 원격의료는 현재도 합법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진료로 나뉜다. 원격 모니터링이란 의료인이 환자 질병 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상담, 교육 등 관리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원격진료는 질병 진단과 처방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이 중에서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원격진료'다.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 의료만이 허용된다.

원격의료는 도서·산간 등 의료 취약 지역 거주자나 노인·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보완적 방법으로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ICT와 BT, 의료의 접목을 통한 신성장동력 개발 차원에서도 논의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의료 지출이 많아지면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원격의료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원격 의료서비스 규제 완화 시 전체 진료비는 약 1.42% 감소하고 의료서비스 공급은 약 1.88%, 의료서비스 관련 일자리도 약 0.18% 증가한다”면서 “의료서비스 시장과 국가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이 큰 만큼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현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에서는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될 경우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동네 1차 병원 고사 등 의료전달체계 붕괴 가능성을 우려한다. 원격진료를 위한 시설투자비를 추가로 지출하고도 대면진료에 비해 수가가 낮을 가능성이 높으면 병·의원이 오진 우려나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매우 높아 원격의료 수요가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정한 원격의료가 되기에는 아직 기술 준비가 미미한 상태로 오히려 원격의료가 의료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어떤 기계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입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해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원격의료를 막을 생각은 없지만 현재 시점에서 기업의 영리목적, 정부 생각, 의료계 우려는 많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기반 무르익어…디지털 헬스 솔루션 속속 시범서비스

이런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전화진료 허용에 대응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원격진료 실효성 검증에 나섰다. 기술 한계로 시범사업에 실패했던 과거와 비교해 현재 5G 통신, 웨어러블, 센서, 배터리,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등 기술적 토대도 무르익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전화진료 지원 솔루션 '에필케어M'을 한시 무상 배포한다. 환자가 체온, 심장박동수, 혈압, 혈당 등 건강 데이터를 앱에 기록해 전송하면 환자 주관에 의한 진술로만 의존해 상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전화진료 후 모바일 결제로 수납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전달도 가능하다.

메디히어도 미국용으로 준비하던 원격진료와 처방 서비스를 한국에서 한시 운영하기로 하고 참여 의사와 병원을 모집하고 있다. 진료과목별 영상·음성통화, 채팅을 통한 원격진료 기능을 제공한다. 의사용 원격진료 프로그램에서 환자와 연결된 채팅창으로 처방전을 전달하고 환자는 카드 자동결제나 자동이체로 진료비를 납부한다.

원격의료 인프라가 되는 전자처방전 서비스도 국내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등이 이미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지만 약사회 등 반발로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전자처방전 전송 서비스는 환자가 앱에서 약국을 선택해 전자처방전을 전송하면 약국에서는 미리 조제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대기 없이 미리 조제된 약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업계관계자는 “현재는 소비자가 병원과 가까운 약국을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전자처방전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모든 선택권은 소비자가 갖게 된다”면서 “몇몇 곳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익단체 반대 등으로 제대로 도입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발전적 논의 계기돼야…'원격 모니터링' 실효성 높을 것

단순히 허용하느냐, 금지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원격의료 서비스 주체와 어떻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맞는 원격의료 방안에 대한 사회 논의를 시작할 때라는 지적이다.

원격의료를 대면진료 대체재로 논의하기보다 위험성이 낮으면서 효과가 큰 원격 모니터링을 전면 허용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환자가 자택에서 측정한 혈당, 혈압, 심전도 등 데이터를 병원에 전송해 의료인이 원격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환자 질병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원격 모니터링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는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나왔지만 이에 대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권고를 하는 것은 원격진료로 불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서비스 활성화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심장질환 진단과 예방을 위해 초소형 심전도 측정기기가 속속 상용화돼 가정에서도 심전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재는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끄고 병원 내에서만 사용된다. 부정맥 환자에게 이식하는 삽입형 제세동기(ICD)도 모니터링 기능을 차단한 채 사용돼 이를 허용해달라는 일부 의사 주장이 있기도 했다.

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에 대해서는 이전 추진 사례에서 도서산간 지역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하거나 1차 병원만 원격으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부정 진료나 의약품 오남용 등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식별을 위해 신뢰성 있는 본인 인증과 보안, 운영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원격진료를 받더라도 발급된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아가야 한다면 의미가 반감되는 만큼 실효성을 높이려면 의약품 택배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약업계에서는 이를 도입할 경우 동네약국이 붕괴되고 거대약국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의약품 분실이나 변질을 막고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전문 시스템 구축과 본인 확인 기술 뒷받침이 필요하다. 규제개혁당은 “ICT를 적용해 '온라인 리피트 처방'이 가능한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것만으로도 처방약 수령을 위한 방문 줄이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회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을 하지 못하거나 자가격리 중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국내 의료자원 배분에 심각한 이슈가 발생했다는 걸 방증한다”면서 “디지털헬스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훌륭한 수단인 만큼 원격진료가 정부 방역체계와 안전한 진료를 지원해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에 갑자기 불어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잘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