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갈 곳 잃은 돈...주식 예탁금, 금융위기의 3배

주식 투자자예탁금이 최근 20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 말 당시 투자자예탁금은 약 10조원이었으나 2020년 2월 말 기준 31조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24일 기준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고 41조원대 돌파를 앞뒀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약 10조원이 폭증한 셈이다.

증권사 신규 계좌 개설도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반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아졌고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주효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을 제외한 2월 투자자 예탁금은 총 31조원을 돌파했다. 3월 말 기준 금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이달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를 이어나간 반면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지속했고 신규 투자자와 자금 유입이 증가해 2월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에 예탁한 자금을 뜻한다.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찾지 않고 계좌에 둔 금액이다. 주식을 다시 매수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이자 마땅한 투자 종목을 찾지 못해 대기 중인 자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신규 유입한 자금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달 주가가 폭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대표 우량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량주,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에서 대거 순매도했는데 이 자리를 개인 투자자가 꿰찼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지자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개인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1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외국인이 순매도한 상위 개별기업 종목은 삼성전자(6조9556억원), SK하이닉스(1조2444억원), 삼성전자우선주(1조1395억원), 현대차(7792억원) 순이었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물량은 개인이 대부분 받아냈다.

개인 순매수 1위는 단연 삼성전자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에서만 누적 7조4867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우선주(1조5235억원), SK하이닉스(8793억원), 현대차(6236억원)를 순매수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코덱스 레버리지는 2조16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사 신규 계좌 개설 사례도 폭증했다.

개인 투자자 고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키움증권은 지난 1월 신규 계좌 개설수가 14만개를 넘어섰다. 2월과 3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투자 열풍과 맞물려 삼성증권도 신규고객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지점 대면으로 1만1000명이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작년 전체 지점 계좌 개설건수의 절반에 육박했다. 비대면 계좌개설은 최근 한 달간 신규고객이 1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신규 대면·비대면 고객의 60% 이상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3월 신규고객 중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의 61%, 대면 계좌개설 고객의 68%가 삼성전자 주식을 한 번이라도 매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비대면 고객은 20~30대뿐 아니라 40~50대를 포함해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개설되고 있다”며 “20~30대 비중은 절반 이하”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 비대면 계좌는 개설 후 실제 거래비율이 높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1개월간 개설된 비대면 계좌의 절반 정도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