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교육위·정무위·문체위...'입법' 일 안하는 상임위 '오명'

입법 최악 평가 20대 국회서도
법안 처리율과 처리 건수 모두
평균 수준 밑돌아 활동 부진

과방위·교육위·정무위·문체위...'입법' 일 안하는 상임위 '오명'

이달 말 임기를 종료하는 20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신통신위원회, 교육위원회, 정무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4개 상임위원회가 법안처리율과 처리건수 모두 평균 수준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 실적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대 국회에서도 하위권에 속하는 활동에 그친 것이다.

13일 전자신문이 2016년 20대 국회 개원 이후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수된 발의 법안 2만4079건(12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17개 상설 상임위 가운데 8개 위원회가 20대 국회 전체 법안처리율인 36.6%에 미달했다. 평균 법안처리건수인 518.7건에 못 미치는 상임위는 9개로 조사됐다. 법안 처리율과 처리건수 모두 평균치보다 낮은 상임위는 과방위, 교육위, 정무위, 문체위 등 4개 위원회였다.

17개 상임위 가운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각각 본회의 법안처리율, 처리법안건수에서 1등을 차지했다. 반면 행정안전위원회와 외교통상위원회는 각각 법안처리율과 처리법안건수가 가장 낮았다.

농해수위는 접수된 1852건 법안 가운데 1288건(69.5%)을 처리했다. 그 뒤를 여성가족위원회(45.5%), 기획재정위원회(45.3%), 보건복지위원회(43.9%), 국토교통위원회(43.6%),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40.5%), 국방위원회(40.2%), 외통위(39.3%)가 이었다.

20대 국회 전체 상임위 법안처리율을 하회한 상임위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33%), 환경노동위원회(32.4%), 정무위(29.8%), 교육위원회(27.7%), 과방위(26.9%), 행안위(23.6%), 운영위원회(19.5%), 법제사법위원회(18.4%) 등 8곳이었다. 이 가운데 법안 발의보다 현안 질의나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운영위와 법사위를 제외하면 사실상 법안처리율 최하위 상임위는 행안위와 과방위였다.

이를 두고 행안위원장인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안위에 접수된 법안이 많기 때문에 처리율에서 낮게 나타났지만 소방관 국가직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통과 등 굵직한 법안을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처리 건수를 살펴보면 외통위가 127건으로 가장 적었다. 평균 518.7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외통위는 입법 활동이 활발한 초·재선에 비해 부진한 면모를 보인 중진 의원이 다수 배치된 상임위다.

평균 처리 건수에 미치지 못한 상임위는 운영위(104건), 여가위(185건), 국방위(221건), 과방위(278건), 교육위(293건), 문체위(316건), 법사위(359건), 정무위(504건) 등 9개다.

과방위(26.9%, 278건), 교육위(27.7%, 293건), 정무위(29.8%, 504건), 문체위(33%, 177건) 등 4개 상임위는 평균 처리율과 처리건수에서 모두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국회 관계자는 “이들 상임위는 진보와 보수의 의견 상당 부분이 갈리는 양상을 보인다”면서 “특히 교육위는 사학이나 전교조 문제, 과방위는 방송 등 미디어 사안, 문체위는 진보 성향 문화 단체 등과 관련해 다툼이 많기 때문에 법안 처리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새로 시작하는 21대 국회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과방위원장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무조건 반대'하고 '거부권 정치'를 하는 것을 심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회 정상화와 일하는 국회가 구현된다면 21대 국회는 다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반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알맹이 없는 법안을 발의해 '건수'만을 쌓는 의원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21대 국회에서 접수되는 법안은 20대 국회를 상회해 3만건을 돌파할 것”이라며 “법안발의 건수 대비 통과율이 저조하면 마이너스 점수를 주거나, 의원 개인별로 발의한 법안을 분석해야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경우 의정활동평가에 법안발의 건수가 반영되는데, 건수만으로 양질의 입법활동을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여당의 총선 압승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이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20대 보다는 성적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의석이 180석에 가까워도 야당과 협의를 하지 않을 순 없지만 우선처리법안이나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법안의 경우 다수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대 국회 상임위별 입법 실적>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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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