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도약한다"…해외 소부장 업체들 투자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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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수급 다변화 강화하자
공장설립·생산거점 이전 잇따라
코로나 성공적 방역도 호재로
글로벌 공급망 중심 도약 기대

#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직후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선 매일같이 대표이사 주재 회의가 열렸다. 규제 대상이 된 소재 수급과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비상경영회의였다. 경영진은 태평양에 떠 있는 물류 상황까지 수시로 체크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후 전사 차원의 총력 대응으로 긴박한 위기는 넘겼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핵심 소재 수급의 다변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급의 다변화는 원가 절감이 이슈였지만 이제는 생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절박함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부장 수급 다변화를 추진하자 한국에 공장을 세우거나 생산 거점을 한국으로 옮기는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 소부장 업체들의 한국 투자가 꿈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성공 방역까지 더해져 우리나라가 반도체 글로벌밸류체인(GVC)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계에 다시 없을 기회가 열리면서 정부가 해외 투자 유치 및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지원과 규제 완화, 다각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등 해외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이 생산 기반을 한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한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직접 투자에 나서거나 이미 설비를 갖추고 있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 시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 일본 A사는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설비 투자에 착수했고, 또 다른 일본 B사도 일본에서 생산하던 포토레지스트를 한국 공장으로 옮겼다. 간접 진출 형태로 한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해외 기업들의 제안도 불붙고 있다.


국내 중견 반도체 소재 업체 C사의 관계자는 “복수의 일본 업체로부터 제품을 생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들어 수면 위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후 반도체 소부장 수급 안정화와 공급망 강화를 추진한 결과가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급망 재편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핵심 소재는 물론 소재를 구성하는 원재료까지 일본·중국 등 단일 지역에서 생산될 경우 '구매 불가'를 공언할 정도다. 양사는 주력 팹이 위치한 한국 내 생산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이 어렵다면 중국이나 대만 등 인접 국가에라도 생산 기반을 갖출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투자 움직임은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강화 및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려는 소부장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변수까지 더해져 세계 반도체 산업 지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반도체 소재업체 관계자는 “해외 반도체 소재업체들의 한국행은 자국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물밑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탈 중국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3~5년 후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서플라이체인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