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18>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포장도 신경써야 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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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18>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포장도 신경써야 한다(2)

포장디자인을 변화시켜 커다란 성과를 보인 사례가 있다. 바로 성주 참외다. 성주군은 우리나라 참외 재배 면적의 약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참외 생산지다. 성주군 전체 농가 8900여 가구 중 절반이 넘는 4682가구가 참외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농가소득 역시 평균 약 7600만원에 이를 만큼 시장성이 높은 농산물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처럼 높은 농가 소득을 거둔 것은 성주 참외의 품질, 명성 등의 효과도 있지만 보다 근본 이유 중 하나는 포장 디자인으로 인한 혁신 때문이다.

예전에는 참외를 일명 고봉 형태로 포장해 배송했다. 고봉이란 참외를 상자에 담을 때 뚜껑 밖으로 수북이 쌓아 높은 봉우리처럼 넣어 판매하는 것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당연히 참외 상자는 뚜껑이 덮이지 않는다. 실제 2005년 중반 이전까지는 성주 참외 대부분이 고봉 형태로 포장돼 유통됐다. 이러한 형태로 포장을 하다 보면 실제 15㎏ 상자에 최소 2∼5㎏ 정도 참외를 더 담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자 안에 빈 여백을 메우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거나 크기가 균질하지 않은 참외도 담겨져 배송됐다. 제조업으로 치면 적정 규격을 맞춘 제품이 아닌 것도 함께 출하한 것이다.

물론 중간 도매상은 이러한 배송 형태가 지속되기를 희망했다. 중간상인 입장에선 중간중간 저급 참외가 섞여 있다고 할지라도 이들만을 따로 추려 싼 값의 참외로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참외가 시장에서 판매될 경우 이는 성주 참외의 브랜드 가치를 상실시키는 요인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성주군청과 성주군 주민은 이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다. 참외규격상자추진위원회를 결성한 것이다. 이들은 전국 각지 공판장을 돌아다니며 도매상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이던 중간상인들도 “농가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상자 규격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승복했다.

이후부터 성주 참외의 포장 상자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변모했다. 2007년 7월 14억원 예산을 투입해 전체 3698개 참외 농가가 보유하고 있던 비규격 박스 176만4729개를 보상 회수했다. 이후 관내 공판장에서 규격화된 15㎏ 박스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과거 포장상자는 상자 윗 부분을 덮는 날개 부위 아래쪽에 꺾음선이 들어가 있어 참외를 넘치게 담아도 뚜껑을 닫지 않고 포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아예 고봉 포장 관행에 맞춰 정량 이상 초과 포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규격화된 박스에는 이 같은 꺾음선을 없앴다. 따라서 포장을 하려면 반드시 뚜껑을 닫아야만 안전하게 포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포장 디자인 변화가 가져온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2006년 기준 15㎏ 고봉 포장된 박스 공판장 평균 가격은 3만130원. 하지만 2007년 규격화된 15㎏ 박스의 평균 공판장 가격은 3만240원으로 110원이 상승했다.

포장디자인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성과를 체험한 성주군은 포장 디자인을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성주군은 10㎏ 규격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오랜 관행이었던 15kg 박스를 버리고 10kg를 선택한 것은 변화된 시장 상황에 부합하기 위함이다. 최근 급속한 핵가족화의 진행에 따라 소비자의 소포장 선호 현상이 두드러져 15㎏ 상자도 너무 무겁다는 판단에서였다.

앞서 언급한 이러한 일련의 성과는 포장이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기능 내지 제품을 저장하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첫 단추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유용한 수단이며,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유용한 방법론임을 알려주고 있다. 포장은 디자인 전략을 고민할 첫 단추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