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SK텔레콤 2G 종료 망 노후화가 결정적…5G 전환 서둘러야

교환기-기지국 고장 등 잦아
부품 부족에 수리 불가 쌓여
이용자 보호계획 이행 조건
일부 가입자와 갈등 해결 필요

[이슈분석]SK텔레콤 2G 종료 망 노후화가 결정적…5G 전환 서둘러야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 세계 최초 CDMA 방식 2G 상용화 현장.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 세계 최초 CDMA 방식 2G 상용화 현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K텔레콤 2세대(2G) 이동통신 종료 승인은 장비 노후화로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SK텔레콤은 2G 서비스 이용자가 안정적으로 3G 이후 서비스로 전환하도록 이용자 보호계획을 제출,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SK텔레콤 2G 서비스 종료는 향후 다른 통신사·다른 통신서비스 종료 때 준거가 될 전망이다.이용자 보호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동시에 소송을 예고한 01X 2G 잔존가입자와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성공적 2G 종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종료 승인 배경은 망 노후화

과기정통부가 2G 종료를 승인한 건 '망 노후화'를 집중적으로 설득한 SK텔레콤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2G 장비는 1996년부터 약 25년간 운영 중인 탓에 고장이 급증했다.

최근 3년간 교환기 고장이 132%, 기지국과 중계기 고장이 139% 증가했다. 상용화된 지 오래된 장비인 탓에 예비부품 부족과 수리불가 품목이 존재했다. 2005년부터 장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확인 결과, SK텔레콤 2G 장비를 공급한 삼성전자 2G 장비 보드나 칩셋 등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데다 당시 협력사 폐업으로 조립이 안되는 등 지속적 2G 장비 수급이 어려웠다. 서비스 장애를 대비한 장비별 이중화도 20% 미만으로 저조해 2G 망을 계속 운영할 경우 장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SK텔레콤에 망 품질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건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품질이 낮아진 2G를 폐지하는 대신 3G 이후로 전환하도록 하는 게 안정적 통신서비스 이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에는 이용자가 안정적으로 3G 이후로 전환하도록 실효적 지원을 요구했다.

◇이용자 보호조치 실효성 확보

과기정통부는 이용자 보호계획 이행을 전제로 SK텔레콤 2G 폐지를 승인했다.

2G 폐지로 3G 이상 전환 때 요금 인상, 통화량 축소 등 편익 하락 방지를 위해 3G·LTE에서 기존 2G 요금제 7종을 동일하게 사용하도록 조치했다.

개인 이용자 보상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3세대(3G) 이상 전환 시 30만원 단말구매 지원금이나 무료단말 10종 중 선택과 2년간 월 1만원 요금 할인 또는 2년간 이용요금제 7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2G 해지 및 타사 전환 시에는 지원금 5만원을 지급한다.

01X 번호 유지를 희망하는 경우 내년 6월까지 한시적 세대 간 번호이동,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통해 01X 번호를 이용하도록 조치한다. 알뜰폰이나 IoT 이용자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이는 사실상 2G에서 3G 이후로 기술 방식만 변화하고, 가입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를 동일한 요금으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알뜰폰(MVNO) 가입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이용자 보호계획을 부과했다. 잔존 이용자 가입전환 대행 서비스를 지원해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불편 최소화를 꾀했다.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SK텔레콤 2G 서비스 종료 승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SK텔레콤 2G 서비스 종료 승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향후 과제는

SK텔레콤은 내달 6일부터 2G 서비스를 지역별로 순차 종료한다. 과기정통부는 구체적 폐지절차, 시기 등과 관련해 이용자가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진행되도록 성실 통지, 단계적 폐지, 보호조치 지속 의무를 부과했다.

SK텔레콤이 밝힌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7월 말~8월 초 2G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게 내부 기류다.

01X 번호 유지를 원하는 일부 2G 가입자는 과기정통부에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2011년 KT 2G 종료 사례처럼 가처분이 인용돼 2G 종료 절차가 일시 정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기정통부는 2G 종료를 위해 네 차례 실사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했음을 입증하며 설득하는 일이 과제다.

당면한 2G 서비스 종료를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과 동시에 보다 장기적으로 5G 시대에 적합한 주파수·통신자원 재배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SK텔레콤 2G 종료로 800㎒대역 10㎒ 폭이 유휴대역이 된다.

LG유플러스가 2G에 이용하는 1.8㎓ 대역 20㎒ 폭 주파수가 내년 6월 계약이 종료되고, KT가 사용하지 않은 800㎒ 대역 10㎒ 폭을 고려하면 황금주파수 40㎒ 폭이 새롭게 배치된다. 5G 전환 등을 검토해야 한다.

01X 번호에 대해서도 LG유플러스까지 회수할 경우 최대 8000만개 번호 신규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스마트시티·팩토리용 사물인터넷(IoT) 등 번호자원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종합적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달 중 내년 6월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주파수에 대한 재할당 계획을 공고할 것”이라면서 “5G 주파수 전환 등은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