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비대면 바람…스타트업은 '순풍' 대기업엔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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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거래액 작년대비 60% 상승
지그재그·에이블리·브랜디 성장세
상성물산 패션부문 영업손실 300억
코오롱 72억 적자...LF·한섬도 부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부진했던 국내 패션 대기업과 달리 패션 스타트업은 고속 성장세다. 비대면 의류 소비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패션 스타트업과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패션 대기업 간 희비가 뚜렷이 갈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30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분기 소폭 흑자를 내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1분기 손실을 만회하긴 어려웠다. 매출도 두 자릿수 감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도 등산·골프 등 아웃도어 판매 호조에도 상반기 72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매출도 15.2% 감소한 4042억원에 그쳤다. 2분기 실적 공개를 앞둔 LF와 한섬도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50.2%, 11.5% 줄며 부진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타격이다. 해외 판로가 줄고 국내 수요도 급감하면서 미처 처분하지 못한 재고가 쌓였다. 여성 캐주얼의 경우 핵심 채널인 백화점에서 상반기 매출이 34.9% 줄었다. 비효율 매장 정리 등 고정비 절감을 위한 비상경영체제가 이어졌다.

여기에 코로나가 가속화한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따라 온라인 기반 패션 스타트업에게 고객을 내준 것도 실적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무신사와 지그재그, 브랜디 등 패션 스타트업은 소비 침체가 무색할 정도로 고속 성장세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올 상반기 거래액이 작년 동기대비 60% 늘었다. 자체 브랜드로 내놓은 '무신사 스탠다드'의 판매액이 3배 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거래액 900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1조5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크로키닷컴의 여성 패션 애플리케이션(앱) 지그재그도 상반기에만 거래액이 20% 뛰었다. 대기업 패션 브랜드 없이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6년 2000억원대였던 거래액이 지난해 6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크로키닷컴 여성패션 앱 지그재그
<크로키닷컴 여성패션 앱 지그재그>

에이블리와 브랜디 성장세도 무섭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이블리 결제금액은 963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606% 늘었다. 브랜디 역시 56% 성장한 46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스타트업은 1020대를 겨냥한 편집숍 형태를 넘어 전 연령대로 영향력을 키웠다. 백화점이 주도한 의류 판매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영향도 있지만, 정보기술(IT) 활용 측면에서도 패션 스타트업의 행보가 돋보인다.

지그재그는 개인의 쇼핑 로그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 추천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를 정교화했다. 지난해 10월 도입한 통합 결제 서비스 '제트(Z) 결제'의 경우 여러 쇼핑몰 상품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사용자 유입확대와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브랜디는 지난달 알고리즘을 통한 큐레이션 상품 추천 기능인 '내 또래 추천' 서비스와 아마존웹서비스의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활용한 AI 추천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또 풀필먼트 서비스 '헬피'를 통해 동대문 패션 시장에 IT기반의 물류 혁신도 이끌어냈다. 덕분에 올해 21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와 신용보증기금 스케일업 프로그램 기업에 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패션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혁신 플랫폼을 갖춘 스타트업의 성장이 가팔라지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패션 산업도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