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후 매 순간 힘들다”...기뻤던 순간은 '남북간 화해와 대화 국면 전환'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기념 서면 인터뷰...기자는 '진실을 찾는 사람들'

문 대통령, “취임 후 매 순간 힘들다”...기뻤던 순간은 '남북간 화해와 대화 국면 전환'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를 맞아 진행된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도 힘들지만, 대통령으로서 매 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3차례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인한 전쟁 위기 해소와 대화 국면 전환을 꼽았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23일 발간한 지령 2000호 특별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을 전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로 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1999년 5월 10일 지령 1000호를 기념해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라며 “실제로 지금 코로나 상황 때문에 가장 힘들지만,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처지에서는 매 순간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뻤던 일은 취임 이후 2017년 하반기까지 높아졌던 전쟁의 위기를 해소하고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낸 것”이라며 “지금 남북과 북·미 대화가 중단돼 매우 안타깝다. 평화는 단지 무력충돌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협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 겸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10년 전 인터뷰에서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번에는 '언론의 책임'에 방점을 찍었다.

변호사 시절 이명박(MB) 정부에 대해 '언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삼성 광고 등 언론을 경영하는 자본 및 사주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던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서울신문 지분 매각, YTN 지분 매각설 등 언론계 첨예한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 대한 반감은 여전했다. 이들 언론에 대한 표현만 각각 '권력화'와 '정당(政黨)'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보수언론에 대해 “언론은 정권과 유착하지 않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비판이 공정하고 객관·중립적이어야 한다”면서 “언론 스스로 권력화되지 말아야 하지만 일부 언론기관들은 권력화 돼 있다”고 꼬집었다.

조중동의 여론지배력과 영향력은 많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조중동은 현실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신문”이라며 “그런 식으로 갈등과 적대적 관계를 갖는 게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기자에 대해선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이 필요한 곳, 진실이 있어야 할 모든 현장에 기자가 있었다”면서 “언론의 사명을 잃지 않은 기자정신이 있었기에 한국의 언론은 오랜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켜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덕분에 한국의 민주주의도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 “언론이 걸어온 가시밭길을 되돌아볼수록 늘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신장된 자유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 함께 성찰해준다면, 더 크고 넓을 뿐 아니라 더 신뢰받는 '언론자유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8월 정부가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제정함으로 촉발된 이른바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저지하기 위해 창립됐다. 현재 전국 170여개의 회원사에 1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언론 단체다.

기자협회보도 같은 해 11월 월간지로 창간, 주간지 바뀌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협회의 입장과 소식을 전하는 '기관지'의 성격과 '국내 최초 미디어전문 비평지'로서의 역할을 균형감 있게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