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눈 먼' 전기버스 보조금...中, 6년간 700억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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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해관 신고 2억원대 차량에
국가 보조금 최대 3억원 지원
사실상 공짜 수준에 시장 왜곡
국산 경영난 가중...제도개선 시급

정부가 지금까지 2억원대 중국산 전기버스에 국가 보조금으로 최대 3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국가 보조금을 지원 받아 국내에 판매된 중국산 전기버스는 251대로, 정부 예산 약 700억원이 투입됐다. 대부분 차 가격보다 보조금을 더 많이 받았다.

중국 업체는 고액의 마진을 챙겼고, 실제 구매자인 운수업체는 사실상 공짜로 전기버스를 구매한 셈이었다. 반면에 국산 전기버스 업계는 중국 업체와 경쟁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지원하는 국가 보조금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전기버스업계가 도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2019년도 중국해관의 한국 대상 자동차 분야 수출신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 자동차 분야 국내 수입이 총 624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완성차형태(CBU)로 수입된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국내 규격 기준)는 95대로 집계됐다.

이들 차량의 수출통관액(FOB 기준) 가격은 최소 9960만원(10월 7일 환율 기준)에서 최대 3억1186만원으로 나타났다. 차량 가운데에는 좌석 등 실내 구조를 갖추지 않은 일부 차량이 포함돼 평균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위권 모델의 가격은 2억3433만~2억8456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버스(대형·저상버스 기준) 국가 보조금은 차량당 대부분 3억원으로, 중국 업체가 중국 당국(해관)에 신고한 수출가보다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이 더 많은 셈이다.


서울 경인로에서 운행 중인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서울 경인로에서 운행 중인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우리나라 전기버스 보조금은 환경부가 최대 1억원, 국토부 저상버스 보조금 1억원, 지방자치단체 추가 지원금 1억원을 포함해 최대 3억원이다. 현재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경기도를 제외하고 전기버스 보급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제주, 대구, 광주, 김해, 양산, 창원, 포항 등 지자체의 지원금은 1억원이다.

대부분의 전기버스는 국산·중국산 모두 3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 전기버스 가격은 3억원 안팎, 국산 전기버스는 4억원 안팎이다. 결국 소비자(운수업체)는 국산차를 구매할 때 8000만원에서 1억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중국산은 유통마진이 포함된 가격이라 하더라도 많아야 1000만~20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구조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 버스가 우위에 있다 보니 2015년 전기버스 민간 보급 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 국가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16개 가운데 12개가 중국 브랜드다. 국산은 현대차, 자일대우,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 4개뿐이다.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전기버스 가운데 중국산은 251대로 전체의 27.2%를 차지한다. 정부에서 지원한 보조금만 약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국내 업계는 전기버스 차량 출고가(수입가)와 내연기관차 간 차액 기준으로 보조금 지원제도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산은 수출원장에 기재된 가격 기준, 국산차는 출고가 기준으로 보조금 최대 한도를 내연기관차-전기버스 간 차액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애초 전기차 국가 보조금 정책도 동급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구매 차액 보존 방식으로 세워졌지만 지금은 대당 정액제에 가까운 보조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환경부(전기차 보조금), 국토부(저상버스 보조금), 지자체 추가 지원금으로 나뉜 현행 보조금 제도를 통합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전기버스 제작사의 한 대표는 11일 “운수업체는 중국 전기버스 구매 시 거의 공짜로 버스를 구매하는 데 반해 국산차는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1억5000만원인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저상)와 동급 전기버스 차액만큼 보조금을 지원하되 중국산 전기버스 가격은 수입원장 기준, 국산 전기버스는 출고가 기준으로 정부 보조금이 차량 가격을 초과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이미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산 업체가 생겼고, 현대차도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버틸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외국산 전기버스나 국내산 전기버스를 구매하는 자부담 비용이 동일한 수준 이내에서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주요 중국산 전기버스 신고가격 및 환경부 보조금 현황(자료 중국해관·환경부)

CBU(Complete Built-Up) : 완성차, FOB(Free One Board) : 본선인도가격


[단독]'눈 먼' 전기버스 보조금...中, 6년간 700억 챙겼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